이미지 크게보기 8일 오전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에서 열린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기자회견에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왼쪽)과 주인공 ‘스즈메’역을 맡은 배우 하라 나노카가 극 중 출연 캐릭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과 일본은 마음의 형태가 유사하지 않은 것 아닐까요."
8일 개봉한 일본 장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의 감독 신카이 마코토(新海誠)는 이날 메가박스 성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히려 제가 왜 이렇게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지 한국 관객들에게 묻고 싶다"며 이렇게 밝혔다. 400만 관객을 향해 가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이어 자신의 작품 ‘스즈메의 문단속’이 압도적으로 예매율 1위를 기록하는 등 일본 애니메이션이 한국 관객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묻자 밝힌 그의 답변.
그는 "서울에 오면 어떤 곳은 미래의 도쿄가 아닐까 할 정도로 두 곳의 거리 풍경이 닮았다"며 "풍경이란 건 사람의 마음이 반영된 것이라서 (두 나라 사람들의) 마음의 형태가 유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한국 분들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많이 봐주시고, 일본 분들은 한국 드라마를 그렇게 많이 보는 것 아닐까요."
‘스즈메의 문단속’은 신카이 감독의 세 번째 천만 영화(일본 기준)다. 순수하고 절절한 사랑, 재난을 막기 위한 모험 등 감독이 천착해온 스토리를 고루 갖춘 ‘신카이 월드 종합판’이다.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에 이어 재난 오딧세이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지진으로 잃은 엄마를 그리워하는 소녀 스즈메가 우연히 청년 소타를 만나고, 일본 각지 폐허에 있는 문을 닫기 위한 모험에 뛰어든다는 내용이다.
이들이 문을 닫는 여정을 떠나는 이유는 문을 닫지 않으면, 일본 곳곳의 땅이 흔들리는 재난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스즈메는 의자로 변해버린 소타를 구하기 위해, 그리고 수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마지막 여정을 떠나고, 엄마를 잃어버렸던 12년 전 과거의 자신과 마주한다.
신카이 감독은 재난을 막는 행위를 문을 여닫는 행위로 표현한 이유에 대해 "우리는 매일 ‘다녀오겠습니다’라며 문을 열고, ‘다녀왔습니다’라며 문을 닫는다. 문은 일상의 상징"이라며 "아침에 문을 열고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이 재난이라고 생각해서 문을 닫는 행위란 모티브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스즈메의 여정은 재난이 일상이 된 열도의 땅을 보듬고 위로하는 애도의 오디세이로 느껴진다. 스즈메가 재난의 문을 닫기 위해 일본 규슈(九州) 지방부터 고베(神戶), 도쿄(東京), 자신의 고향이자 마지막 종착지인 도호쿠(東北) 지방 이와테(岩手)현까지 일본 열도를 가로지른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와테 현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직격탄을 받은 곳 중 하나다.
스즈메가 고향을 향해 갈 때 차 안에서 흐르는 노래는 일본인들 대다수가 알고 있는 추억의 노래들이다. 신카이 감독은 "일본인 대부분이 들어봤음직한 노래로 선곡하고 싶었다. 영화와 실제가 연결돼 있음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현실에서 2011년에 대지진이 일어났고, 영화에서도 스즈메가 어렸을 때 대지진이 일어났다. 같은 상황을 겪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스즈메 역을 맡은 하라 나노카는 "스즈메는 굉장히 잘 달리는 사람"이라며 "액션적인 측면 뿐 아니라 감정적인 측면으로도 앞뒤 가리지 않고 잘 달리는 캐릭터로 굉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8일 오전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에서 열린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카이 감독은 자신의 전작 ‘너의 이름은.’을 밀어내고 한국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1위 자리를 차지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대한 덕담도 잊지 않았다. 그는 "3D 컴퓨터그래픽(CG)을 주로 활용한 애니메이션 중에 이토록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킨 작품은 아마도 처음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3D CG를 많이 쓰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애니메이터가 줄었기 때문"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줄어든 애니메이터를 인공지능(AI)로 메꾸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활력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보물 같은 영화에요."
이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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