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북한이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년을 맞은 지난 2월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개최한 열병식에서 정찰총국 부대원들이 온몸을 위장막으로 가리고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 진학자 외에 모든 男 고교 졸업생이 입대 대상
학부모들 "조국수호 강조 전에 대우부터 개선해야"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년 등의 분위기 속에 북한 각 지역에서 신병 모집 시기를 맞아 고급중학교(한국의 고등학교에 해당)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군대에 나갈 것을 강요하는 여러 행사와 모임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함경북도 길주군의 한 주민 소식통은 "본격적인 초모(신병 모집)철이 시작됐다"며 "각 고급중학교들에서 이번에 졸업할 학생들을 대상으로 군대에 나갈 것을 독려하는 여러 모임과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지난 2월 8일 인민군 창건 75돌을 맞으며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졸업반 학생 전원이 인민군대 입대 탄원(자원)서에 수표(서명)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는 통상 고교 졸업생 가운데 약 10~15% 정도인 대학추천(대입시험 응시자격)을 받은 학생을 제외한 남자 고교 졸업생 전체가 군입대 대상자에 해당한다. 현재 북한군 복무기간은 남성은 7~8년, 여성은 5년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사회적으로 수단과 방법을 다해 군입대에 응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당국이 청년들에게 인민군대 탄원을 강요하고 있다고 RFA는 전했다. 소식통은 "엊그제 고급중학교 졸업반인 우리 아들이 군 청년동맹에서 조직한 ‘노병과의 대화’라는 모임에 참가했다"며 "대화에 나온 사람은 최전연(최전방)부대에서 40년간 군복무를 한 제대군관(전역 장교)이었는데 남아라면 응당 조국보위의 앞장에 서야 한다며 부모세대의 조국 수호 정신과 투쟁 정신을 본받을 데 대한 내용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당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보위하자는 명분으로 군입대를 종용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또 "며칠전에는 아들이 다니는 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나간 선배 학생들이 모교의 졸업생들에게 ‘모두가 군대에 나가 김정은을 결사옹위하는 영웅이 되자’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왔다"며 "군대에 나간 선배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모교에 편지를 보낸 것은 청년동맹이 조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교 청년동맹에서도 자체적으로 졸업반 학생 모임을 열고 졸업생들이 설 자리는 조국보위초소라며 ‘모두가 장군님의 군대가 되자’라는 내용의 해설담화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함경남도 북청군의 한 주민 소식통도 최근 "초모철이 되자 군사동원부(신병모집 기관)가 본격적인 초모 활동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군사동원부(신병모집 기관)가 입대 대상자들에 대한 예비 담화(면접 심사)를 시작했다"며 "담화는 대학추천을 받은 학생을 제외한 졸업반 남학생 전체와 초모생 명단에 이름이 오른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소식통은 "이번에 군대에 나갈 자식을 둔 부모들은 자식이 군대에 나가 배를 곯으며 고생하게 될까 걱정이 많다"며 "김정은과 노동당은 청년들에게 조국수호와 군 입대 탄원을 강조하기 전에 군인들의 어려운 생활 처지와 대우부터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