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성혜 북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실장이 2018년 2월 27일 당시 남북 고위급 회담 북측 대표단 지원인으로서 서울을 방문해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 李 ‘쌍방울 - 경기도 스마트팜 대납’ 논의 실시간 보고받은 정황

김성태-조선아태위실장 만남에
동석한 안부수로부터 전달받아

‘경기도-쌍방울 무관’ 입장배치
당시 이재명 지사도 인지 가능성

검찰이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의혹’에 대해 “경기도와 쌍방울 대북 송금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주장과 달리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2018년 북측 인사를 만나 대북 송금을 논의한 사진을 전달받는 등 실시간 보고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과 북한이 경기도의 대북 지원 사업인 스마트팜 비용을 쌍방울이 대신 납부하는 논의 상황을 챙긴 정황에 비춰,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를 보고받거나 승인했는지 여부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지난 2018년 11월 말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이 중국 선양(瀋陽)에 위치한 북한 식당에서 김 전 회장과 만난 김성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실장의 모습을 몰래 사진으로 찍은 사실을 확인했다. 안 회장은 해당 사진을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에게 보냈고, 방 부회장은 이를 이 전 부지사에게 보냈다고 한다. 사진을 받아 본 이 전 부지사는 김 실장이 맞다는 것을 확인하고 “대박”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같은 해 7월 김 실장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등 북한 대외정책의 실세로 꼽혔던 상황이었다.

검찰은 이 같은 사실에 비춰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전반을 생중계 보듯 보고받고 챙겼다고 의심하고 있다. 당시 김 실장을 만난 자리에서 김 전 회장은 경기도를 대신해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를 지원해준다는 얘기를 꺼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은 김 실장이 이 전 부지사를 특정하며 “경기도가 자신들 기금을 통해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고 비난하자, 김 전 회장이 “우리 형님(이화영)을 나쁘게 얘기하지 말라”고 언성을 높였다는 당시 상황 진술도 확보했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술기운에 김 실장 등 북측 인사에게 “북한 식당에선 어린 애들을 데리고 앵벌이를 하는 거냐”고 쏘아붙이기도 했다고 한다.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은 그러나 “자기들끼리 (북측 인사를 만난 걸) 왜 이 전 부지사가 시킨 것처럼 책임을 넘기려는 건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이 전 부지사는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며 관련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그는 최근 입장문을 내고 “쌍방울의 대북 송금이 이뤄진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경기도를 위해 쌍방울이 북한에 금전을 제공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수사팀은 이날 중 김 전 회장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전 쌍방울 재경총괄본부장 김모 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할 예정이다.

윤정선·김무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