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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회경 전국부장

10여 년 전의 일이다.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연수를 했는데, 일주일에 한두 번 대중교통을 이용해 등교했다. 교통 요금이 만만치 않았다. 당시 살고 있던 뉴저지주 크레스킬에서 뉴욕 포트 어소리티 버스 터미널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가는 데 3.50달러, 그곳에서 컬럼비아대까지 지하철로 가는 데 요금이 2.50달러였다. 편도 6달러였고 왕복으론 12달러였다. 현재 환율로 1만6000원가량 된다. 요즘은 어떤가. 인터넷을 검색해 봤다. 같은 코스인데 버스 요금은 3.50달러에서 6.00달러로 인상됐고 지하철 요금은 2.75달러로 약간 올랐다. 편도 8.75달러(1만1500원), 왕복 17.50달러(2만3000원)이다. 경기 분당 서현동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 신촌 연세대까지 간다고 치자. 통상 광역버스를 타고 서울로 진입한 뒤 지하철이나 시내버스를 타고 간다. 요금은 편도 3000원 미만이고 왕복으로 해도 6000원 미만이다. 해외에 나가 생활하면서 수도권 대중교통 시스템의 편리함과 저렴함을 새삼 인식하게 됐고,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세계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수도권 대중교통 시스템이 최근 휘청거리고 있다. 저렴한 요금 이면에는 정부 또는 서울시의 별도 지원 예산이 있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지하철과 버스의 원가보전율은 각각 57.6%, 59.9%다. 운송 원가를 1000원이라고 하면 지하철은 576원, 버스는 599원만 내고 타고 있는 셈이다. 시민들은 실제 비용보다 훨씬 싸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공공 영역에서 그 부족분을 계속 메워 온 것이다. 서울시는 당초 4월부터 지하철과 버스 요금을 300∼400원 올릴 계획이었으나 공공요금발(發) 물가 상승을 우려한 정부 만류로 그 시기를 하반기로 미뤘다. 정부와 서울시는 65세 이상 무임승차 손실 보전 문제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어떻게 문제를 풀어가야 할까. 현 수도권 대중교통 시스템 유지를 원한다면 지속적인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대중교통 요금 조정을 정례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으면 좋겠다. 현재는 서울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이 대중교통 요금 수준을 결정하도록 돼 있지만, 정치적 부담 때문에 요금 인상을 미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년간 요금을 동결했다가 갑자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요금을 올리면 누가 이를 달갑게 받아들이겠는가. 한편으로 대중교통은 복지적 측면이 다분하다. 일정 부분 공공 보전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시민 저항감이 임계점을 넘어서지 않는 수준에서 정례적으로 요금 인상을 해나가는 게 답이다. 그러면 지하철 65세 이상 무임승차 손실 보전은 누가 하냐고? 난 대구시 아이디어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70세까지 매년 차례대로 올리되, 대신 버스에선 무임승차 혜택을 점차 늘리는 식이다. 버스 무임승차라는 고리를 통해 지하철 무임승차 저항감을 무너뜨린 것으로, 지자체 재정에도 부담이 덜하다. 지자체 차원에서 자구책을 마련해 놓고 정부에 지원을 요구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적어도 민생문제에선 마음 살살 달래가며 정책적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것이 고수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