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레닌 모레노 전 에콰도르 대통령. 트위터 계정 캡처

현지 검찰총장 "모레노 전 대통령 등 기소할 것"
댐 완공 이후 각종 하자 7648건…붕괴 우려까지
건설 적극 추진한 코레아 前대통령 수사 중 망명
모레노 "내 정부가 코레아 정권 부실 적발" 반박




붕괴 위험을 일으키고 있는 에콰도르 최대 수력발전 댐 사태가 시공을 맡은 중국 기업의 뇌물 스캔들로 이어지고 있다. 현지 검찰은 중국 업체 측에서 대통령을 지낸 인사와 그 가족 등에게 흘러간 뇌물 규모가 약 1000억 원 정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에콰도르 일간지 엘우니베르소 등에 따르면 디아나 살라자르 에콰도르 검찰총장은 코카코도 싱클레어 수력발전 프로젝트 부패 의혹과 관련해 "레닌 모레노 전 대통령과 아내 로시오 곤살레스, 이들 부부의 딸 이리나 모레노 등 37명을 뇌물 혐의로 기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살라자르 총장은 "이번 수사는 지난 2019년부터 시작됐다"며 현재 구체적인 기소 일정을 정하기 위해 사법부에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소 대상에는 모레노 전 대통령 동생 2명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에콰도르 역대 최대 건설 프로젝트로 꼽히는 코카코도 수력발전소 공사는 ‘중국수전’(Sinohydro)이 맡았다. 중국수전은 수백 명의 중국인 노동자를 현지로 불러들여 2010∼2016년 공사를 진행한 바 있다. 프로젝트 진행에 있어 에콰도르는 27억 달러(약 3조3000억 원)에 달하는 건설비 중 85% 정도를 중국개발은행에서 6.9%의 금리로 빌렸다. 그러나 자금 부담으로 인해 에콰도르는 결국 자국 석유를 싼값에 제공하는 조건으로 대출의 일부를 갚았다.

그러나 완공 후 이 댐에서는 2018년 12월에만 발전기실 및 주변 설비에 크고 작은 하자 7648건 발견됐다. 일각에서는 붕괴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코카코도 수력발전소 완공 이후 정부 주요 각료와 공무원들이 중국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가 제기됐다. 일부는 이미 죄가 인정돼 징역형을 받기도 했다.

이에 수사를 확대한 에콰도르 검찰은 모레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뢰 단서도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레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17∼2021년까지 에콰도르 대통령을 지냈으나 코카코도 싱클레어 프로젝트가 진행되던 2007∼2013년 사이 옛 라파엘 코레아 정부 시절에는 부통령이었다.

특히 살라자르 검찰총장은 "(모레노 전 대통령 등이 관여된) 전체 뇌물 규모는 7600만 달러(약 985억 원)"라며 "이는 당초 사업 계약금 19억7900만 달러(약 2조4000억 원)의 4%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모레노 전 대통령은 입장문에서 자신과 가족들의 결백을 주장하며 "코레아 전 정권에서 수행한 작업을 면밀히 검토해 과도한 가격 책정, 계약 관리 부실 등을 적발한 게 바로 모레노 정부"라고 반박했다. 모레노 전 대통령은 프로젝트 당시 자신이 부통령이었음을 지적하며 자신의 역할이 제한적이었다는 식으로 해명했다.

한편 코카코도 싱킁레어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한 코레아 전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부패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나, 벨기에로 망명했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