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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책

리보와 앤
어윤정 글│해마 그림│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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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일까. 느낌이란, 생각이란 무엇일까. 이런 질문은 역사적으로 사람의 것이었다. 답을 찾고 책에 기록해온 것도 사람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챗GPT는 대답을 대신해준다. 사람보다 빠른 속도로, 사람처럼 궁금증을 풀어준다. 그래서 질문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는데 마지막까지 우리에게 남는 질문이 있다면 무엇일까.

이 책은 도서관에서 일하는 두 로봇, 리보와 앤이 주인공이다. 리보는 도서관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이용자를 안내하는 로봇, 앤은 책을 읽어주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로봇이다. 작품 속 상황은 복잡하지 않다. 어느 날 도서관이 텅 비어버렸고 아무도 찾지 않는다. 밖에서는 긴박한 일이 벌어지는 것 같은데 동떨어진 리보와 앤이 이유를 알 방법은 없다. ‘플루비아’와 관련된 문제임을 짐작할 뿐이다. 늘 신나서 말을 걸던 유도현 어린이는 어떻게 됐을까. 사람과 소통하지 못하면 로봇의 기능은 쇠퇴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큰일이다.

독자들은 이때가 코로나19로 봉쇄됐던 시기라는 걸 안다. 재난 속에서 사람은 답을 알고, 로봇은 모르는 상황이 긴장의 시작이다. 김태호의 단편동화 ‘기다려’가 쓰나미 이후 영문도 모르고 남겨진 개의 얘기였다면 이 책은 의문, 간절함, 그리움을 안고 전진하는 두 로봇의 분투기다. 사람의 것이라고 자신했던 감정은 모조리 리보와 앤에 바쳐진다.

안전만이 아니라 관계를 책임지려는 로봇 리보, 무수한 문학 데이터 안에서 끌어모은 것이지만 그중에서도 ‘사랑’에 관한 단어를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었던 이야기 로봇 앤은 우리가 끝까지 남겨야 하는 질문을 일러준다. 그 질문을 찾으려면 리보와 앤의 ‘삶’을 찾아보면 된다. AI가 등장하는 지금까지의 모든 아동문학을 새로운 단계로 올려놓은 걸작이다. 로봇이 인간의 몫을 대체한다는 현실에 건조하게 당황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부터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120쪽, 1만1500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