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정은, 우주를 품다, 90×90㎝(부분), 옻칠 및 기타, 2017.

이재언 미술평론가

표정 관리를 잘해야 한다. 너무 좋아하면 경박해 보일 수 있다. 우리 무기들이 어마어마한 규모로 외국에 수출되고 있음이다. 이 땅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쌓아온 것들이 빛을 발하는 모양이다. 나라의 땅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도구들을 우리 손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너무 티 나게 좋아하지는 말자.

옻칠 화가 김정은의 화면을 보고 들었던 생각이다. 우리가 누군가.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자는 홍익이념을 숭상하는 백성이다. 궁색했던 때가 있었지만, 그런 무기 좀 팔았다고 우쭐할 정도의 품격은 아니다. 문화민족다운 의연함, 그 빛이 퇴색돼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와 문화의 이상이 호연지기 아닌가. 화면에서 옻칠 특유의 기품이 전해진다. 물성도 물성이지만, 경건한 태도에서 비롯됐다. 작가 자신에겐 안과 밖 2개의 우주가 있다더니, 가히 우주를 품을 만한 아우라가 엿보인다. 무한의 공간을 마주하면서 우리 안의 기복 심한 감정의 파도들이 침잠해지고, 내면의 시스템이 초기화된다. 우리의 정체가 고스란히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