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미국 에르메스 홈페이지 캡처.

에르메스 측, NFT 예술가 상대 손배소 승소
법원 "‘표현의 자유’ 대상 아니다"고 판단


예술 작품이나 유명인 캐릭터 등을 표현한 신종 투자처로 주목받던 NFT(대체불가토큰)는 예술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미국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이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미국 예술가 메이슨 로실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에르메스의 손을 들어줬다고 보도했다. 재판부는 로실드가 에르메스의 대표적 상품으로 유명한 버킨백(사진)의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배심원단의 평결에 따라 13만3000달러(약 1억6700만 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로실드는 지난 2021년 버킨백의 이미지를 사용한 ‘메타버킨’이라는 NFT시리즈를 발표해 화제가 됐다. 로실드는 가방 내부에서 태아가 자라고 있거나,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별이 빛나는 밤’과 결합하는 식으로 버킨백의 이미지를 조금씩 바꾼 NFT를 100종을 창작했다. 이 가운데 ‘베이비 버킨’이라는 제목의 작품은 NFT 경매에서 2만3500달러(약 2960만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NFT가 미국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로실드는 자신의 NFT가 예술작품이기 때문에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에르메스는 로실드의 NFT가 비싸게 팔린 이유는 ‘버킨’이라는 이름 때문이었다고 반박했다.

재판에서 9명의 배심원단은 로실드의 NFT는 수정헌법 1조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로실드의 NFT는 예술작품이라기보다는 상품에 가깝다는 것이다.

패소 후 로실드 측은 배심원단의 평결에 이의를 제기했다. 로실드 측 변호인은 "대형 패션업체가 승리했고, 예술가와 표현의 자유에는 끔찍한 날이 됐다"고 말했다.

앞서 로실드는 NFT에 1개당 450달러(약 56만 원)의 가격표를 붙였지만, 이후 구매자가 자신의 작품을 다시 시장에 내놓을 경우 7.5%의 수익을 갖는다는 조건을 붙였다. 이에 따라 로실드가 실제로 챙긴 수익은 12만5000달러(약 1억5700만 원) 정도인 것으로 추산됐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