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안전한 食·醫·藥, 국민건강 일군다 - 식약처, HACCP‘디지털 전환’

제조과정 살균여부 등 자동입력
입력된 정보 위·변조 원천 차단

식품정보 QR코드로 통합 제공
이력추적·소비자간편신고 가능

사회복지 급식지원센터 늘리고
제품명·위치 점자표시 등 시범적용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직접 김치를 담그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아 주로 김치를 사 먹었다. 하지만 최근 상태가 불량한 배추와 무로 만든 ‘명인 김치’가 논란이 된 후 평소처럼 온라인이나 마트에서 김치를 사려 해도 찜찜한 기분만 들었다. 김 씨는 점심시간마다 직장 동료들과 들른 식당에서도 김치를 입에도 대지 않는 편이다. 김치를 좀 더 안심하고 먹을 수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올해부터 김치 등 소비자들이 주로 즐기는 식품제조업체에 대해 ‘스마트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해썹)’ 선도 모델을 적용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부가 안전한 식품 제조를 인증해 온 기존 HACCP을 디지털 방식으로 개선해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겠다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식품 관리체계를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디지털 기반으로 고도화하는 것을 업무 목표로 제시했다. 빵과 김치, 과자, 냉동식품 등 소비자들이 주로 즐기는 식품제조업체에 대해선 스마트 HACCP 선도모델을 적용해 안전성을 높이고, 식품에 QR코드를 적용해 정보를 쉽고 편리하게 알려줄 계획이다.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 식품에 점자 또는 음성·수어 변환코드를 표시하는 가이드를 제공하는 등 사회적 가치를 담아 ‘따뜻한 식의약 안전’을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식품안전, 디지털 기반 스마트 안전시스템으로 혁신 = 7일 식약처에 따르면 스마트 HACCP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식품 및 축산물 생산 과정에서 위해 요소를 점검하는 기존 HACCP을 디지털방식으로 개선한 것이다. 사람 실수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는 등 기존 HACCP을 내실화하기 위해서다. 스마트 HACCP은 IoT를 이용해 식품 제조 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는지, 적절한 살균이 이뤄졌는지 등을 실시간 파악할 수 있다. 중요공정(CCP) 모니터링 정보는 항상 자동입력된다. 입력된 정보는 아예 위·변조할 수 없다. 기존 HACCP은 식품업체 직원들이 공정 이상 유무 등을 손으로 기록해 문서로 보관해왔다. 관리 정보가 서버에 자동 저장되면서 문서 관리에 따른 업무량도 줄어들 수 있다. 위해 요소를 발견하면 기존에는 구두나 이메일로 전달됐지만 스마트 HACCP에서는 즉각적인 대응도 가능하다. 식약처는 식품유형별 대표기업을 선정해 기술지원을 통해 스마트 HACCP 시스템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선도모델은 올해 김치류에 이어 내년에는 과자류, 2025년에는 냉동식품, 2026년에는 음료 순으로 넓혀진다. 식약처는 식품 유형별 대표기업을 선정해, 모든 공정의 상시 모니터링과 자동 연동·제어되는 선도모델을 개발한 후 후발업체로 넓힌다는 방침이다.

다양한 식품 정보는 QR코드로 연계해 소비자에게 통합 제공한다. 식품포장지에 작은 글씨로 빽빽하게 적힌 정보는 소비자에게 제한적으로 제공돼왔기 때문이다. 유통 현장에서는 바코드를 활용하고 있으나, 제공할 수 있는 정보량에는 한계가 있다. 바코드에는 제품의 생산자와 제품명 정보만 포함돼 위해식품차단시스템에서 회수 대상을 제조일별로 구분할 수 없다. 이에 식품정보는 QR코드로 대체될 예정이다. 소비자가 포장지에 인쇄된 QR코드를 확인하면 e-라벨, 실시간 회수정보, 이력추적, 소비자 간편신고 기능 등이 한 번에 뜨는 방식이다. 현행법상 식품정보는 제품 용기·포장에 표시해야 하는데, 식약처는 올 하반기 QR 도입 등에 대한 시스템 설계와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안전한 식품 =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급식 영양과 위생관리를 하는 ‘사회복지급식관리지원센터’가 확대된다. 이들은 만성질환에 시달려 영양관리 필요성이 다른 계층에 비해 높지만 요양원 등 사회복지시설의 급식관리 수준은 열악하다. 장기요양보험 등 사회적 돌봄이 확대되면서 사회복지시설 이용자는 늘고 있으나 대부분 영세한 소규모 시설이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20곳에 불과했던 센터를 올해 48곳을 추가 설치해 총 68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내년에는 114곳, 2025년 170곳 등 순차적으로 신규 센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영양사 고용 의무가 없는 50인 미만 사회복지시설에는 센터 영양사가 방문해 안전하고 영양을 골고루 갖춘 식사가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식약처에 따르면 전체 노인·장애인복지시설 8만2227곳 중 14.6%(1만2010개소)가 급식을 제공하는데 급식 제공 시설 중 68.9%(8280곳)가 영양사 없이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등 정보취약계층이 식품을 선택할 때 어려움을 줄일 수 있도록 맞춤형 표시정책도 확대된다. 시각장애인이 제품명 등 식품 정보를 알기 쉬운 부분에 점자표시, 점자·음성변환용 코드로 표시를 추가할 예정이다. 장애인의 수요, 업체의 적용 가능성 등을 감안해 점자 등 표시 시범사업을 통해 자율적용 범위를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시각장애인들이 편의점 내 안내판에서 식품 위치를 알 수 있도록 점자 표시도 도입한다. 시각장애인이 매장에 들어올 때 매대 위치를 파악한 후 매대에서 식품 위치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식이다. 이는 시각장애인이 점자 안내판을 찾는 과정 중 안전사고가 날 수 있는 우려가 있어 우선 9개 편의점에서 시범사업을 해 본 후 도입된다.


■ 수입식품 서류검사 ‘하루 → 5분’ 단축… 6월부터 ‘전자심사24’ 도입

상반기 식품첨가물부터 시행
부족한 검사인력의 한계 보완
보관료도 연간 60억이상 절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6월부터 수입 식품 심사 시스템인 ‘전자심사24(SAFE-i24)’를 도입한다. 검사관이 직접 하던 수입신고 서류 검사를 자동화해 디지털 심사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7일 식약처에 따르면 ‘전자심사24’는 수입신고 오류, 최초 수입여부, 부적합 이력, 법령 규정위반 여부 등 261개 항목을 자동 검토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이용하면 위해 우려가 낮고 반복적으로 수입되는 식품 등은 자동적으로 신고수리된다.

전자심사24가 가동되면 서류 검사 시 신속성과 정확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식품 수입자의 경우 서류검사 시간은 평균 하루에서 약 5분 내로 짧아진다. 식품첨가물과 농축수산물의 보세창고 이용으로 사용되는 보관료도 연간 약 60억 원 이상 줄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승훈 식약처 디지털수입안전기획과 사무관은 “완전히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행정처분을 하는 정부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식약처가 전자심사24를 도입하는 이유는 국제 교역 활성화에 비해 검사인력이 부족해서다. 수입식품 신고건수는 연간 80만 건을 넘었지만, 식품수입 증가량에 비해 검사인력(284명)은 부족한 실정이다. 검사인력 1인당 적정한 하루 처리 건수는 5건이지만 2021년 처리 건수는 11.4건이었다. 통상 서류검사는 품목이 다양하고 검토항목이 많은 편이다. 이에 검사관이 검토할 때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경험과 역량에 따라 검사처리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전자심사24가 도입되면 검사인력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만큼 서류검사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고위험제품 검사에 역량을 쏟을 수 있다.

식약처는 올해 상반기에 수입식품법에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수입신고를 수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대상과 절차 등 세부사항을 규정한 시행규칙과 고시는 하반기까지 개정, 제정할 계획이다.

검토항목이 비교적 단순하고 직접 소비되지 않는 식품첨가물을 대상으로는 올 상반기 자동 신고수리를 우선 시행할 예정이다. 2024년에는 가공식품과 건강기능식품, 2025년에는 기구 용기·포장으로 확대한다. 연평균 약 30% 이상 늘어나고 있는 인터넷 구매대행 수입식품의 적합·부적합 여부를 신속하게 자동 검토하는 기능도 올 10월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