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달 15일 러시아군과의 전투에서 부상을 입은 우크라이나 병사가 의료진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미지 크게보기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점령지인 도네츠크 지역에서 러시아 병사들이 사격 연습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동료 시신 밟으며 끝없이 진격…총 맞아도 금방 쓰러지지 않고 피를 모두 흘린 뒤에야 넘어져”
“전투 전 약을 먹은 것이 분명”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에서 러시아 용병단체 바그너그룹과 전투를 벌이는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전투가 좀비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은 것으로 묘사했다고 미 CNN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흐무트의 참호에서 바그너그룹과 몇 달 동안 전투를 벌였던 우크라이나군 병사 안드리는 “10시간 동안 계속 전투를 벌였다. 끝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AK-47 소총을 계속해서 쏜 탓에 너무 뜨거워져 총을 계속 바꿔야 했다면서 “우리 편은 20명인데 적은 200명이었다”고 했다.

바그너그룹은 죄수 출신들로 구성된 10명의 부대를 먼저 전투에 투입한다. 장비도 형편없고 훈련도 받지 못한 병사들이다.

안드리는 10명이 한꺼번에 몰려와 30m쯤 전진하면 땅을 파고 위치를 사수하고 다른 10명이 나서서 30m를 전진한다면서 “야금야금 전진하는 과정에서 사살되는 병력이 많다”고 했다. 바그너그룹 병력이 소진되면 훈련 받은 전투병들이 측면에서 공격해온다고 그는 전했다.

안드리는 바그너그룹의 공격이 너무 무섭고 비현실적이라면서 “우리 기관총 사수가 넋이 빠질 정도였다. 아무리 쏴도 죽지도 않는다, 한참 지나 피가 전부 쏟아져야 쓰러진다고 하더라”고 했다.

안드리는 “(바그너그룹 병사들이) 동료 시신을 밟으면서 올라온다. 약을 먹은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첫 공격을 막아냈지만 “저들이 계속 나타나 에워쌌다. 예상치 못한 여러 방향에서 공격해 왔다. 마지막 총알까지 쏘고 나서 수류탄을 던졌고 우리 부대는 나와 몇 사람만 남았었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다행이 그날 저녁 바그너그룹이 후퇴했다고 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달 13일 러시아의 루한스크 지역에서 의무병들이 부상병을 호송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달 13일 한 의무병이 러시아와의 전투에서 사망한 우크라이나군의 시신을 이송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안드리가 포로가 된 바그너 병사를 심문한 녹음을 들려줬다. 그 포로는 자신이 마약을 팔다 감옥에 가게 되었으며 범죄 기록을 없애 변호사가 되길 원하는 딸의 앞길을 막지 않으려 바그너그룹에 자원했다고 털어놓았다. 안드리가 “전쟁에서 죽을 것이 뻔한데 러시아에서 자유를 위한 투쟁은 겁이 나냐”고 묻자 포로가 “맞다. 푸틴이 겁난다”고 답했다.

박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