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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베토벤 ‘비창 소나타’

‘정점 향해 도약’ 27세에 작곡
출판 때 악보 없어 못 팔 정도
당대부터 선풍적인 인기 끌어

베토벤(1770~1827)은 작곡가 이전에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다. 당시 여느 피아니스트들처럼 베토벤 또한 자신의 음악성과 피아노 테크닉을 뽐내기 위해, 또 자신이 직접 연주할 요량으로 작곡했다. 베토벤은 생애에 걸쳐 총 32곡의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했는데 그 모두가 걸작으로 ‘피아노의 신약성서’라고 불릴 만큼 높은 작품성을 갖고 있다.

베토벤의 작곡 방법은 이러했다. 어떤 선율이나 가락, 음악의 형식 같은 음악적 영감이 떠오르면 가장 먼저 피아노곡으로 작곡했다. 그리고 차츰 보다 형식을 갖춘 피아노 소나타로, 또 실내악곡으로, 협주곡으로, 교향곡으로 음악적 규모를 확장시켜 나갔다. 어찌 보면 베토벤이 남긴 그 수없이 위대한 작품들의 원천은 바로 피아노 소나타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베토벤은 독일 중서부에 위치한 본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본은 베토벤을 담아내기엔 너무 작은 그릇이었기에 22살이 되던 해, 음악의 메카인 오스트리아 빈으로 이주하게 된다. 차곡차곡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 나아간 베토벤은 20대 중반의 나이에 이미 피아니스트로서 또 작곡가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라이징스타로 이름을 알리던 20대 중후반, 겨우 5년간 12곡의 피아노 소나타 작품을 남기게 된다.

이렇게 최정점을 향한 도약을 내딛던 27살에 작곡한 작품이 바로 그 유명한 ‘비창 소나타’(피아노 소나타 C단조 ‘비창’ Op. 13)이다. 베토벤의 초기 작품으로 아직은 베토벤의 파격적인 작법이나 완전한 독창성이 드러나기 이전이지만 베토벤 특유의 어법과 예술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보통 피아노 소나타의 형식은 3악장 혹은 4악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1악장은 빠른 악장, 2악장은 느린 악장, 그리고 3악장은 다시 빠른 악장의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런데 비창 소나타의 1악장이 매우 장중하고 느린 템포인 그라베(Grave)로 시작한다. 음악용어 그라베엔 ‘무덤’이란 뜻이 있고 또 ‘죽어가듯이’라는 뜻도 있다. 굉장히 파격적이었던 것이다. 당시의 관객들은 빠르고 경쾌한 시작 대신 묵직하고 비장한 서주의 1악장에 무척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사실 ‘비창 소나타’의 1악장도 여느 피아노 소나타들처럼 빠른 악장이다. 하지만 베토벤은 1악장 앞에 장중한 서주를 덧붙여 작품으로의 몰입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2악장의 아다지오 칸타빌레(느리게 노래하듯이)에서도 베토벤만의 독창성을 엿볼 수 있다. 보통은 예쁘고 상냥한 느낌의 안단테 칸타빌레(천천히 노래하듯이)를 사용한다. 그런데 베토벤은 이 템포를 안단테보다 조금 더 느린 아다지오로 바꿨다. 그 효과로 ‘비창 소나타’의 2악장은 여느 안단테 칸타빌레처럼 무척 아름답지만 어딘가 더 그윽하고 처연한 듯한 복잡 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3악장에서는 베토벤 특유의 변화무쌍한 감정의 폭발과 박력으로 소용돌이친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자면 “뭐가 그리 특별하담?”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겠지만, 베토벤 이전의 피아노 소나타에선 이런 예술성을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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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은 피아노 소나타에 자신이 전하고 싶은 감상과 메시지, 다시 말하자면 표현 의지를 구체적으로 음악에 녹여냈다. 이 작품은 당대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출판됐을 당시 악보가 없어서 못 팔 정도였으며 각종 연주회와 사교 모임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오늘의 추천곡 : ‘비창 소나타’

베토벤은 대부분 비슷한 시기의 다른 피아노 소나타 2~3곡을 묶어 같은 작품번호로 발표했는데 유독 이 ‘비창 소나타’만은 단독으로 출판했으며 특별히 ‘비창’이라는 표제까지 붙인 것이 특징이다. ‘월광 소나타’ ‘열정 소나타’와 함께 베토벤의 3대 소나타로 불리며 그중 가장 인기가 높은 작품이다. 베토벤은 일생에 걸쳐 총 32곡의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했는데, 비창 소나타는 1798년에 작곡된 베토벤 초기의 작품에 속하며 그의 첫 번째 피아노 걸작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