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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박경일기자의 여행

대게축제·해안트레킹… ‘막바지 겨울’ 추억 만들어요

박경일 전임 기자
박경일 전임 기자
  • 입력 2023-02-02 09:06
  • 수정 2023-02-02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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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눈 내린 날 저녁 강원 고성 대진항의 낭만적인 풍경. 포구를 끼고 뜨끈한 곰치국과 도치 알탕 등을 내는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아직 겨울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겨울의 초입은 따스했는데, 겨울이 깊어지면서 한파의 내습이 잦았다. 2월로 접어들었는데도 혹한의 기세가 도무지 꺾일 줄 모른다. 봄기운은 언제쯤 느낄 수 있을까. 봄소식을 기다리고 있지만 막상 봄이 다가오면 가는 겨울이 아쉬워지는 법. 다 가기 전에 겨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여행지를 골라봤다. 무심하게 가는 겨울을 ‘즐거운 추억의 시간’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 곳들이다.

물 좋고 맛 좋은 경북 울진
쾌적한 가족온천… 제철 대게도


◇대게 맛보고 온천욕…경북 울진

겨울 대게 철을 맞아 경북 울진 후포항은 종일 분주하다. 바다에서 대게 작업을 끝낸 어선이 포구로 들어오면 곧장 경매가 시작되고, 낙찰받은 대게는 전국 각지로 실려 나간다. 울진이 내어주는 겨울 별미는 대게탕, 그리고 물곰탕이다. 대게는 보통 통째로 쪄서 찜으로 많이 먹지만, 추운 겨울날 뜨끈하게 속풀이를 하고 싶다면 탕으로 먹는 게 좋다. 얼큰하면서도 게살에서 흘러나온 달큼한 맛이 더해져 국물이 부드럽다. 먹기 좋게 잘라놓은 다리에 젓가락을 넣어 살짝 밀면 게살이 쏙쏙 빠진다. 게살 발라 먹는 재미도 있고, 국물을 넉넉히 부어 밥에 말아 먹으면 그 맛 또한 일품이다. 후포항에서는 2월 말부터 3월까지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를 개최한다.

대게나 붉은 대게가 점심이나 저녁 메뉴라면, 아침에는 물곰탕이 제격이다. 물메기를 울진 일대에서는 물곰이라 부른다. 아귀에 대적할 정도로 못생겼는데 막상 끓여놓으면 진하고 개운한 국물에 반하고 만다. 맑게 끓이기도 하고 김치를 썰어 넣어 얼큰하게 먹기도 한다. 껍질만 벗겨내고 뼈째 끓여내면 별다른 조미료 없이도 감칠맛이 난다. 뽀얀 국물이 잘 우러난 물곰탕은 해장국으로 그만이다.

울진에는 백암온천과 덕구온천이 있다. 둘 중 어디가 더 낫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온천물이 좋다. 이름난 콘도나 호텔이 아니더라도 가족끼리 호젓하게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가족탕이 주변에 여럿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경북 영덕 강구항에서 경매를 앞두고 어민들이 붉은 대게를 늘어놓고 있다.



‘못난이 생선 고향’ 강원 고성
맑은 곰치국·도치알탕 등 별미


◇겨울의 맛 ‘삼 형제’…강원 고성

겨울 동해에서 명태가 사라진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것이 동해안의 겨울 별미 ‘못난이 삼 형제’다. 삼 형제는 다름 아닌 강원 고성 앞바다에서 잡히는 도치, 장치, 곰치다. 곰치야 이즈음에는 동해안 어디서나 쉽게 맛볼 수 있지만, 도치와 장치는 대부분 산지에서 소비돼 다른 지역에서는 맛보기 어렵다. 겨울 별미 삼 형제를 맛보려면 도리 없이 산지에 가야 하는 이유다.

속초나 삼척에서는 곰치국을 얼큰하게 끓이지만, 고성에서는 주로 맑은 탕으로 먹는다. 무와 파, 마늘을 넣고 맑게 끓여낸 곰치국은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도치알탕은 알과 내장, 데친 도치 살과 신 김치를 넣어 끓이는데, 비린내가 나지 않고 개운하다. 도치로 숙회와 무침, 알찜도 낸다. 숙회의 꼬들꼬들한 식감이 인상적이다.

대진항에서는 대진등대를 빼놓을 수 없다. 대진등대는 1973년에 세워진 것. 지금이야 대진에서 북쪽으로 마차진을 넘어 저진까지도 고깃배들이 넘나들지만, 유신 선포 직후 남북의 갈등이 가장 첨예하던 당시에는 대진등대가 곧 북방어로한계선의 기준이었다.

대진등대는 밤바다를 밝히는 역할보다 등대 뒤쪽 야산의 중턱에 또 하나의 후도등탑을 세워 놓고, 조업을 나간 고깃배들이 앞쪽의 대진등대 불빛과 뒤쪽의 등탑 불빛이 정확하게 겹쳐지는 지점의 경계를 넘지 않도록 하는 역할도 했다. 바다 위에 금을 그을 수 없으니 두 개의 등대 불빛으로 그려냈던 셈이다.

서해 굴구이 원조 충남 보령
천북면 굴·오천항 키조개 일품


◇굴구이의 원조격…충남 보령

겨울 바다라면 대부분 동해를 떠올리지만, 겨울 서해의 정취도 못지않다. 겨울 동해가 시리고 차가운 느낌이라면, 썰물에 멀리 물러 나갔다가 밀물이면 차오르는 서해의 정취는 어쩐지 푸근한 쪽에 가깝다. 보령의 천북면은 홍성의 남당항과 보령의 보령항 사이에 바다를 끼고 있다. 천북면 장은리에 ‘천북굴단지’가 있다. 겨울철이면 서남해안 일대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굴구이’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천북면이 굴구이의 원조가 된 건 겨우내 굴을 따던 마을 아주머니들 덕분이다. 겨울철에 굴을 따면서 바닷가에 장작불을 피워놓고 손을 녹이다가 출출해지면 껍질 굴을 던져넣고 구워 먹기 시작했던 것. 일하는 틈틈이 간식처럼 구워 먹던 굴이 지역토속 음식이 됐다. 같은 천북굴단지 식당 중에서도 대로 쪽보다는 후미진 뒤쪽의 식당들이 더 친절하고 인심이 좋을 가능성이 크다. 굴찜을 주문하면 슬쩍 가리비 몇 개 더 얹어 내준다.

천북에 굴이 있다면 보령시 오천항에는 키조개가 있다. 키조개는 생긴 모습이 곡식의 검불을 까부르는 키와 비슷하다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키조개는 수심 20m가 넘는 깊은 바닷속 모래밭에 수직으로 박혀 자라는데, 머구리라 불리는 잠수부가 들어가 하나하나 손으로 건져 올린다. 키조개의 진미는 패주(키조개 관자)다. 키조개가 크니 관자도 웬만한 조갯살보다 훨씬 크다. 부드러우면서도 살짝 졸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회로도 먹고, 소고기 등심과 함께 불판 구이로도 먹는다.

‘바다 보며 산책’ 경북 영덕
블루로드 B코스, 해안풍경 장관


◇푸른바다와 걷는 길…영덕 블루로드

경북 영덕의 ‘블루로드’는 바다를 끼고 걷는 최고의 트레킹 코스다. 부산에서 강원 고성에 이르는 688㎞의 해파랑길 가운데 영덕 구간을 따로 ‘블루로드’라 부른다. 영덕의 가장 남쪽인 대게누리공원에서 강구항, 축산항을 거쳐 고래불해수욕장까지 도보여행을 위한 64.6㎞의 해안 길이다. 산길 구간도 있지만 대부분 바다를 끼고 걷는다.

블루로드는 다시 A, B, C, D 4개의 코스로 나뉜다. 영덕의 남쪽부터 북쪽으로 순서는 D, A, B, C다. 이쯤에서 질문. 왜 D가 맨 앞에 있을까. 답은 코스를 만든 순서에 따라 알파벳을 매겼기 때문이다. A코스는 강구항에서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의 풍력발전단지까지 이어지는 길이고, B코스는 해맞이공원에서 죽도산을 잇는 길이다. C코스는 축산항에서 괴시리 마을을 지나 고래불해수욕장까지 가고, D코스는 대게누리공원에서 삼사해상공원을 잇는다. 길의 특징은 길 이름에 다 있다. A코스는 ‘빛과 바람의 길’이고, B코스는 ‘푸른 대게의 길’, C코스는 ‘목은 사색의 길’, D코스는 ‘쪽빛 파도의 길’이다.

블루로드 전체 코스 중에서 짧으면서도 가장 풍경이 좋은 길이 ‘B코스’다. 본래 간첩을 막기 위한 군 초소 길이었는데, 철조망을 걷어내면서 관광객들이 드나들게 된 곳이다. B코스는 걷는 내내 소박한 어촌마을과 기이한 갯바위가 늘어선 해안, 해송 아래 푹신한 흙길, 백사장이 교차한다. B코스의 전체 거리는 14.1㎞. 다 걷는 데 4시간 이상이 걸린다.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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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 가장 필요한 건 개딸과 헤어질 결심”… 박용진, ‘이재명 결단’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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