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경찰청 홈페이지 캡처.

할머니 내쫓더니, 취객방치 사망도
여론악화에 경찰지휘부 대책논의
“근무여건 개선 등 제도 보완을”

한파 속 취객을 집 앞에 방치해 사망케 하고 추위를 피해 찾아온 70대 할머니를 내쫓는 등 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의 행태가 연이어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반복되는 ‘지구대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근무여건 개선 등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북경찰서는 지난달 26일 미아지구대 소속 경찰관 2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해당 지구대 경찰관들은 지난해 11월 30일 서울에 한파경보가 내려졌을 당시 60대 취객을 집 문앞까지 데려다주고 돌아갔는데, 이 취객이 약 6시간 후에 이웃 주민에 의해 숨진 채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같은 달 서울 마포경찰서 소속의 한 지구대 경찰관이 신변보호를 요청한 여성 A 씨에게 “X 같은 X”이라고 욕설을 했다가 항의를 받았다. 당시 경찰관은 통화 상태인지 모른 채 욕설을 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부산에서는 추위를 피해 경찰관서를 찾은 70대 여성 B 씨를 지구대원들이 쫓아내 온라인상에서 공분을 사는 일도 발생했다.

여론이 들끓자 경찰 지휘부는 지난달 31일 윤희근 경찰청장 주재로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어떤 결론이 나왔다기보다는 지휘부가 티타임 형식으로 ‘기강이 해이해지면 안 된다’ 등의 의견을 청취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취자보호시설 마련 등 장기적 매뉴얼 마련 방안 필요성도 제시됐다”고 말했다.

다만, 일선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 내부망인 폴넷에는 전날 “모든 경찰관서를 휴게실화 하겠다는 것이냐” “나는 막차를 놓쳐 숙박비를 아끼겠다고 경찰관서에 머물겠다는 썩은 생각에 동의 못 하겠다”는 등의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올라왔다.

경찰 안팎에서는 지구대·파출소에 대한 근무여건 개선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건·사고 현장에서 초동 대응, 취객이나 민원인 상대 등 까다로운 업무가 많은데 인력난은 계속되고 있어 업무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휴직이나 장기 파견을 가는 인원이 발생할 때 소속을 지구대 혹은 파출소로 변경하는 관행 개선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