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경찰에 나락 뿌리는 농민들 지난해 11월 8일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앞에서 열린 ‘밥 한 공기 쌀값 300원 쟁취! 농민생존권 보장! 전국농민 결의대회’에서 농민들이 나락을 경찰에게 뿌리고 있다. 뉴시스

육류 소비량 쌀 넘어섰지만
정치 도구화에 구조개편 실패

쌀이 대한민국 국민의 주식(主食) 지위를 잃을 판이지만 국내 농업은 식생활 변화에 발맞추기는커녕 퇴보하는 상황이다. 농업 전반의 구조 개편이 필요한데도 농촌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이 쌀을 정치도구화하며 예산은 예산대로 퍼주고, 농업은 영세화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육류 소비량이 1인당 쌀 소비량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2년 가구 부문 1인당 쌀 소비량은 69.8㎏이었으나 쌀 소비량 감소가 이어지며 2021년엔 56.9㎏까지 떨어졌다. 반면 소·돼지·닭고기의 국내 생산량과 수입량을 합계한 1인당 육류 소비량은 2012년 40.6㎏에서 2021년 56.1㎏까지 늘었다. 소비량 차이가 0.8㎏에 불과했다. 육류 소비량에는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오리나 양고기는 포함되지 않았다. 쌀과 육류 간 소비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국민 식생활이 달라지고 있지만 농업예산은 쌀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 식량 증산이 목표이던 1960∼1970년대 시절 쌀에 집중된 정부 예산이 지금까지 고착화됐다. 특히 고부가가치 작물 재배 등을 통한 농업소득 향상과 생산 다각화를 통한 소비자 맞춤형 농업 및 농업 분야의 스마트·디지털화 등에 투입돼야 할 정부의 농업예산이 반세기 이상 쌀에 묶여 있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생산은 물론 소비(수매·격리 등)까지 정부가 책임지고 있는 쌀에 대한 정부 지원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직접 생산비는 물론, 수리시설 등 생산기반 비용, 양곡 매입·관리까지 모두 정부 예산으로 하고 적정 수익까지 보전해주니 쌀 생산자들이 공급과잉이 일어나도 다른 작물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원칙에 따라 ‘수익자생산비용부담’이 지켜지면 생산자들이 알아서 수급 조절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계는 지지부진한 농업 분야 구조 개편의 이유를 ‘쌀을 정치화’하는 정치권에서 찾는다. 농촌 국회의원들이 지역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쌀농사 자체가 기득권이 됐다는 지적이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