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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년 뒤엔 부자”…노인만 노린 다단계 코인

권승현 기자 외 2명
권승현 기자 외 2명
  • 입력 2023-01-25 11:41
  • 수정 2023-01-2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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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서 열린 코인 투자 설명회에 60대 이상 중장년층이 다수 참석해 설명을 듣고 있다. 김군찬 기자



원금·고수익 보장 내세우며
어려운 기술 용어로 현혹해

警, 200여명 100억대 사기
유사수신 조직원 22명 수사

정부, ‘온전 자산’ 인정 안해
코인시장 무법지대로 방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투자하는 ‘이재용 코인’이 있다고 속이는 방식 등으로 어르신들의 퇴직금·연금 등을 노리는 다단계·유사수신 ‘코인 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범죄조직은 다단계 방식으로 어르신 투자자들을 모집한 뒤, ‘원금·고수익 보장’ ‘유명인 투자 유치’ 등 달콤한 말로 속였다. 여기에 암호문 같은 어려운 기술용어를 앞세우면서 어르신들의 목돈을 갈취했다. 하루아침에 목돈을 잃은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금융 당국과 경찰청은 “가상자산은 온전한 자산이 아니다”라며 팔짱만 끼고 있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코인 채굴권 판매를 앞세워 고수익을 약정하고 유사수신 행위를 한 일당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을 포함한 상위 조직원 22명은 2019년부터 2021년 8월까지 다단계 형태로 조직적인 유사수신·사기·방문판매 범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다수의 노인이 포함된 피해자만 최소 200명에 이르는 데다 피해금은 최소 100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관악경찰서도 ‘이재용 코인’으로 불리는 A코인을 두고 벌어진 사기 정황을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코인 사기 피해자 대부분이 고연령층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이 어려운 용어나 기술을 앞세우고 있어 어르신 피해자가 적을 것으로 예상하기 쉽지만, 오히려 이들이 주요 범죄 타깃이 되고 있다. 실제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한 건물에서 열린 코인 투자 설명회에는 약 40명의 사람이 참석했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은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중장년층으로, 설명회 내용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연신 고개를 갸우뚱했다. 투자 설명회를 진행한 B 씨는 참석자들을 향해 “여러분이 6개월, 1년의 세월 안에 엄청난 부를 얻은 뒤 우리 자녀들에게 무언가를 물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며 “오늘 들은 내용을 다른 누군가에게도 똑같이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달달 외워야 또 다른 투자자를 끌어모을 수 있다”고 외쳤다. B 씨의 발언이 이어질 때마다 ‘바람잡이’로 보이는 사람들은 큰 소리로 “맞습니다”라고 대답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설명회가 끝난 뒤 이들은 참석자들을 일일이 찾아가 약 15분에 걸쳐 “다음번에는 지인을 데리고 오셔야 한다” “지금 코인에 투자해야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설득했다. 이 같은 설명회는 서울, 대전, 울산 등 전국 각지에서 매주 열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무법지대가 된 코인 시장에 손을 놓고 있다. 금융 당국이 가상자산을 온전한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다 보니 오히려 코인 시장은 범죄 사각지대가 돼 버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가상자산 투자가 법망 바깥에 있다 보니 전혀 관리가 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송인규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상대적으로 코인 관련 지식이 부족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다단계와 유사한 방식의 투자 영업을 펼치는 사람들이 많다”며 “투자 위험성이 상당하다는 점을 항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승현·김대영·김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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