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6일 서울 용산 이마트에서 시민들이 줄을 서 위스키를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보다 저렴한 해외직구 몰서 위스키 구매
수입산 위스키 가격 줄인상에 주당들 ‘부글’


서울 송파구에 사는 위스키 애호가 송세훈(33) 씨는 최근 유럽의 한 직구 사이트를 통해 싱글몰트 위스키를 구매했다. 배송료와 관세와 주세, 교육세 등 세금이 줄줄이 붙으면서 위스키 가격인 95유로(약 12만7000원)의 두 배가량인 23만 원을 내야 했지만, 국내 판매 가격과 비슷했다. 송 씨는 "쉽게 구하기 어려운 위스키라 발품을 파는 것보다 해외 직구로 구매하는 게 편해 세금이 붙어도 자주 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수입산 위스키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해외직구를 통해 제품을 구매하는 ‘주당’(酒黨)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인기 수입산 위스키의 경우 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1.5∼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나 위스키에도 ‘김치 프리미엄’이 붙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스카치·버번 등 위스키 수입량은 1만4047t에서 지난해 2만4716t으로 76% 급증했다. 수입액 역시 1억5443만 달러에서 2억4711만 달러로 폭증했다.

발베니, 맥켈란 같은 인기 싱글몰트 위스키는 국내에서 유독 인기를 끌면서 오랜 기간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대형마트들이 할인 행사를 열면 매장 문을 열기 전부터 앞에서 줄지어 대기하는 ‘오픈런’ 현상이 수시로 나타난다.

그러나 해외 매장이나 온라인 직구 몰에서는 이런 수입산 위스키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데다, 가격도 국내보다 저렴하게 책정돼 있어 위스키 애호가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실제로 발베니 12년산 제품의 경우 일본 직구몰인 라쿠텐에서 7000엔대(약 7만 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10만 원 이상을 줘도 쉽게 구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6일 서울 용산 이마트에서 위스키를 구매한 시민들이 마트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수입산 위스키를 수입하는 유통사들은 올 들어 주요 제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 디앤피 스피리츠는 다음 달부터 맥켈란 5.2∼13.5%, 글렌로티스 10∼40%, 하이랜드파크 10∼50% 등 제품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디아지오코리아도 이미 지난해 12월 1일부로 위스키와 맥주 등 53개 제품 출고가를 최고 40% 인상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20∼30대 젊은 층의 위스키 선호 현상이 이어지면서 인기 제품들의 공급 부족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세금을 내더라도 편하게 위스키를 직구하려는 소비자들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