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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금리를 낮추고 있다는 기사가 연일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금리가 낮아졌다고 체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요. 체감 금리가 여전히 높은 이런 현상은 왜 생겨나는 걸까요.

우선 시중은행의 금리 인하 조치가 기존 대출자들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 낮아진 금리를 느끼지 못하게 하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최근 자금조달비용지수인 신규 코픽스(COFIX) 금리가 11개월 만에 내렸습니다. 은행들은 코픽스를 기준으로 변동형 대출금리를 산정하기 때문에 내 대출금리도 내려가야 정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신규’ 대출 시 이 금리가 적용됩니다. 코픽스가 내리기 전 대출을 받은 경우는 내려간 금리를 적용받지 못합니다.

내려간 금리가 너무 낮다는 점도 원인입니다. 코픽스가 모처럼 내렸지만 그 수준이 0.05%포인트에 불과합니다. 기준금리가 한 번에 0.25%포인트씩 오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척이나 적은 수준입니다.

반면 신규로 대출해준 금액이 아닌 월말 보유한 잔액을 기준으로 한 ‘신 잔액 기준 코픽스’는 올랐습니다. 실제로 대출자들이 체감하는 금리는 이쪽에 더 가깝습니다. 신 잔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달 2.65%였지만 이번 달은 2.92%로 0.27%포인트 올랐습니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내 대출금리는 오르는데 은행은 정작 금리를 낮췄다고 하니 답답할 만도 합니다. 그래서 금융권에서는 이런 소비자들의 상황으로 금융당국이 금리 상승 압박을 제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지난 18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전국 17개 은행의 은행장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됐습니다. “신용도가 개선된 대출자들이 금리인하요구권을 활용해 금리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메시지가 그것입니다.

금융당국이 실제 액션에 나서기도 합니다. 지난 19일 금감원은 다음 달부터 은행이 대출자들의 금리인하 요구를 얼마나 수용하는지를 공개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지난해 중반부터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차를 공시하도록 해 은행들을 압박했는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조치로 보입니다. 다만 예대마진 공개 당시도 공시만으로는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아 제도의 영향이 얼마나 체감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정선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