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EN Z:디지털 네이티브의 등장
로버타 카츠 외 지음│송예슬 옮김│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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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를 직접 가르치는 인문, 사회 분야 학자들이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와 문화, 세계관을 분석했다. 인류학자, 언어학자, 역사학자, 사회학자인 네 명의 저자는 자신들의 전공과 연구를 토대로 정교한 세대 가이드를 완성했다. 무책임, 문해력저하와 같은 Z세대를 향한 폄하와 우려는 일단 제쳐 두고, 알다시피 Z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인터넷 없는 세상을 겪어본 적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들이 감각해 온 세계는 우리가, 그리고 이전 세대가 아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무엇일 터. 이들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들며 정치와 문화, 소비의 주체로 부상하고 있는 때에, 이들을 탐구하는 건 필수적이다. 시대의 문화적, 정치적 위기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대체 ‘세대 차이’라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Z세대만의 남다른 문제적 면모는 뭘까.

책은 반목과 갈등의 원인으로 꼽히는 정형화된 Z세대의 특징들이 아닌, 이들이 ‘디지털 네이티브’이기에 생겨나는 태생적 특징들을 주로 꼽는다. 그것은 일상 규범이나 문화, 태도 등을 점령한다. 예컨대, Z세대에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깨어 있는 시간은 언제나 ‘접속 중’이며, 삶의 모든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은 필수다. “포스트 밀레니얼에게 강력하고 신속하며 모든 것을 연결하는 디지털 기술 이전의 삶이란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현실 세계에 대한 문제의식도 결국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사회 운동 도모 등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또, 흥미로운 문화적 현상을 꼽자면 마침표 사용을 꺼린다는 것. 이것은 주로 화가 났다는 심리를 드러낸다. 이제 온라인 소통은 보편적이며, 그 양식은 결국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가 주도한다. 그러니, 세대 격차를 더욱 심화시켜 온 건 이를 인정하고, 또한 인지 못한 기성세대가 가장 큰 원인일 수도 있다.

Z세대는 진정성에도 굉장히 민감하다. 어린 시절부터 낚시성 글, 온라인 과장 광고에 익숙한 이들은 SNS 세상에서 가짜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을 숱하게 봤다. 위선과 가식, 배신감, 환멸 등에 끊임없이 노출되면서 오히려 진실성, 솔직함 같은 긍정적 가치에 몰입하게 됐다는 것. 그래서 책은 결과적으로 Z세대의 경험이 역설적이라고 강조한다. 소신을 밝히고 집단행동에 주저함이 없으면서도, 변함없이 공고한 세상 또한 경험했기에, 미래 경제 성장이나 사회의 진보에 대한 기대치도 낮다. 그러면서 눈앞에 닥친 문제들에 집중하는 성향이 됐다는 것. 그러나 책은 이것이 결코 수동적인 태도나 허무주의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이들의 앞날을 밝게 점쳤다. 이들이 지닌 비전과 가치, 냉철한 판단력 등은 늘 더 나은 세상을 지향하고 있으며, 새롭고 빠른 기술의 시대 속에서 보고 자라 그 기술만큼이나 새롭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자신감이 이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혁신은 Z세대를 탄생시킨 이들의 근원이자, 이들이 살아가는 삶의 본질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기에. 책은 전혀 다른 인류의 전혀 다른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민주주의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376쪽, 1만75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