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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고득상(32)·김가연(여·35) 부부

저희는 배드민턴 모임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저(득상)는 직장 동료 소개로, 아내는 친구의 소개로 모임에 들어오게 됐었죠. 하루는 한 친구가 “어릴 때부터 예쁜 애 있는데, 오늘 올걸?” 하고 말하더라고요. 누군지 궁금했습니다. 그러다 멀리서 노란색 옷을 입은, 예쁘고 키 큰, 청순한 얼굴의 아내가 등장했죠. 저는 한눈에 반해버렸습니다. 당시 전 모임의 막내였어요. 쑥스러워 말도 못하고 앉아 있는 제가 안쓰러웠는지 아내가 먼저 말을 걸어주더라고요.

특히 지그시 저를 바라보며 말하는 모습에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이미 다른 남자들의 대시를 많이 받았던 아내를 절대로 놓쳐선 안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다행히 아내는 저의 착하고 순한 모습에 마음이 갔다고 해요. 제가 3살 어리지만, 생각이 깊은 ‘바른 사람의 정석’처럼 느껴졌다고 합니다. 저희는 결국 연인이 됐습니다.

저희는 1년 반 연애 끝에 부부가 됐습니다. 미국으로 떠난 신혼여행은 정말 잊을 수 없는데요. 그랜드캐니언을 보기 위해 아내와 함께 경비행기를 탔는데, 비행기가 착륙을 제대로 하지 못해 죽음의 공포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바람이 많이 불어 난기류에 민감한 경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렸고, 세 차례나 착륙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아내와 저는 손을 꼭 잡고 마음속으로 계속 기도했고, 아내는 그때 핸드폰에 마지막 메모를 남겨야 하나 생각마저 했다고 해요. 다행히 네 번째 시도 끝에 착륙에 성공했습니다. 죽음 문턱까지 함께 갔다 오니 서로가 더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내를 만난 건 천운이에요. 어릴 적부터 운동 아니면 공부밖에 몰랐던 저와 달리 아내는 모델, 장사, 프리랜서 등 안 해본 일이 없어 생활력이 강합니다. 늘 긍정적인 모습도 배울 점입니다. 제가 가장 아끼는 존재, 아내와 지금처럼 행복하게 사랑하면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