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중국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비밀경찰서라는 의혹이 제기된 서울 송파구 동방명주 2층 사무실 모습. 지난달 31일 사무실 입구에는 중국제한교민협회총회, 한화중국평화통일촉진연합총회, 중화국제문화교류협회, 오버시즈 차이니즈 서비스 센터(OCSC·화조중심), 화성예술단, 화조중심 중식번영기지 등 6개 단체 현판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 What - 관련법 마련 시급

간첩활동 대상 ‘적국’으로 한정
‘외국대리인등록법’ 신설 의견도

국가정보원과 경찰 등 국내 정보당국이 중국 ‘비밀경찰서’ 거점으로 지목된 서울 송파구 중식당 ‘동방명주’의 실체 파악에 나섰다. 정부는 동방명주 측이 국내 거주 중국인 귀국 지원 등 비공식적인 영사 활동을 벌였는지 등을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동방명주 측이 비공식 영사 활동을 했다면 관련 법이나 외교 협약을 위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일 정보 당국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행법 위반이 있다면 수사한다는 원칙 하에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방첩업무 수행 차원에서 다른 정보 당국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지만 현행법 위반 소지가 발견되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이다.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폭로한 대로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를 감시·탄압하기 위해 국내에 비밀경찰서를 운영했다면, 이는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을 어겼을 가능성이 있다. 비밀경찰서가 국내에서 활동하며 폭행, 협박 등 불법을 저질렀다면 형법상 처벌받게 된다.

왕하이쥔(王海軍·44) ‘동방명주’ 대표는 지난달 31일 설명회를 열고 자신들이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비밀경찰서 거점이라는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왕 대표는 “질병 등 돌발 상황으로 죽거나 다친 중국인 10여 명의 귀국을 지원했다”며 “반중 인사의 강제 송환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그럴 권한도 능력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현재 정보로는 영사 활동인지 단순 지원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비밀경찰서 활동이 사실이더라도 형법 외에는 현행법상 적용할 법 조항이 없다는 점이다. 현행 방첩업무 규정은 대통령령으로 정해 처벌 규정이 별도로 없다. 간첩죄에서 규정하는 간첩활동 대상 역시 ‘적국’에 한정돼 있다. 활동 영역을 넓혀 ‘외국’까지 포함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논의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방첩 관련 제도를 이번 계기로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법령상 방첩 관계 기본법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미국처럼 ‘외국대리인등록법’ 신설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 외국대리인등록법은 외국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과 활동 내역을 사전에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6개월에 한 번씩 활동 내용과 재정 상태 등을 법무부에 보고하도록 한 법이다. 미국은 간첩죄로 처벌하기에 구체적 증거가 부족하거나 국익에 반하는 행위를 했을 때 이 법을 근거로 처벌한다.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주변국들을 포함해 외교적 관계가 있는 국가에 감정적인 문제로 대응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외국 매체 주장을 무조건 받아들이기보다 사실관계를 차분히 따져보고, 가치와 이익 사이에서 균형감 있는 시각을 갖고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보름 기자 fullm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