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권 없는 구청장에 개입 강요
구, 경찰에 보호요청뒤 퇴거 조치

노동계의 잇단 불법행위에 대한 정부의 무관용 원칙 기조가 광역자치단체뿐 아니라 기초자치단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북구는 인력충원 문제 등으로 구 청사를 무단·불법 점거한 강북구도시관리공단 노조에 대해 ‘불순한 의도’라며 불법행위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섰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법적 교섭 권한이 없는 정부나 지자체가 노사문제에 잘못 개입할 경우 노동계의 기대 심리를 높여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구와 경찰 등에 따르면 구는 전날 경찰에 구 청사에 대한 시설보호 요청을 하고 구 청사를 점거·농성 중이던 강북구도시관리공단 노조원들의 퇴거조치에 나섰다. 이에 따라 서울 강북경찰서는 공단 노조원 7명을 업무방해와 퇴거 불응 등 혐의로 연행했다. 공단 노조는 정원 충원, 무기계약직 차별 철폐, 초과근무수당 지급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28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공단 노조는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구청과 공단, 노조가 3자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면서 이순희 강북구청장 면담을 요구하며 지난달 29일부터는 구 청사를 점거했다. 공단 노조는 구청장실이 있는 청사 3층과 1층 민원실, 2층과 4층 계단 일부 등을 불법 점거한 채 구청 직원들에게 욕설과 폭력적인 위협을 가해왔다. 전날 노조원의 경찰 연행 이후에는 구 청사 외각에서 대규모 집회를 하는 등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공단 노조의 파업이 이어지면서 헬스장과 수영장 등이 있는 강북문화예술회관과 강북웰빙스포츠센터가 운영이 중단됐고, 오동골프클럽과 강북구립도서관의 일부 운영이 제한되면서 구민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구는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공단 노조의 이 같은 행위는 교섭 권한도 없는 구청장으로 하여금 교섭에 개입하도록 강제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단 노조의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태도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민 기자 j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