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측정·1회 판단기준 모호
서교공, 조정안 법률검토 방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지하철 운행을 5분 넘게 지연시키는 시위를 할 때마다 서울교통공사에 1회당 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법원 조정 결과에 대해 ‘현장을 모르는 탁상공론’ 판결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5분까지는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켜도 정당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고, 5분을 재는 기준과 1회를 판단하는 기준도 모호하다는 이유에서다. 전장연은 법원 조정 결과가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5분 이내 시위’를 예고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장혜영 서울중앙지법 상임 조정위원은 지난 21일 공사가 전장연과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강제조정)을 내렸다. 법원은 “전장연은 열차와 역사 승강장 안전문 사이에 휠체어 및 기타 도구 등을 위치시켜 출입문 개폐를 방해하는 방식 등으로 열차 운행을 5분 초과해 지연시키는 방법의 시위를 하지 않는다”며 이를 어길 시 “전장연은 공사에 1회당 500만 원을 지급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법원이 5분 이내의 운행 지연 시위는 사실상 허가해준 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전장연은 조정 과정에서 나온 ‘5분’ 논의를 근거로 5분 이내 열차 지연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지난 12일 오전 8시 삼각지역에서 진행된 선전전에서 공사 관계자와 경찰이 빠른 탑승을 요구하자 박 대표는 스톱워치를 보여주며 “아직 시간(5분)이 되지 않았다”고 버텼다. 조정 결정문이 나온 이후에도 박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하철 선전전은 5분 이내로 끝까지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확실히 했다.

5분을 재는 기준과 어디까지를 ‘1회’로 봐야 할지도 애매하다. 5분을 잴 때 지하철역에 정차한 시간을 기준으로 둘지, 최종적인 열차 운행 지연 시간을 기준으로 둘지 불명확해서다. 정차한 시간을 기준으로 둔다고 하더라도 열차 도착 즉시 5분을 잴지, 전장연 회원이 열차를 탑승하기 시작할 때부터 잴지 애매하다.

공사는 법원의 조정 결과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이 같은 애매한 지점에 관해 법률 검토를 의뢰할 방침이다. 전장연은 지난 20일 시위를 마지막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의 “휴전하자”는 제안에 따라 국회 예산 처리 전까지 시위를 중단한 상태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