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지원 호소하는 젤렌스키 전격 방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 워싱턴 DC 의회의사당에서 연설하는 동안 상원의장 자격의 카멀라 해리스(뒷줄 왼쪽)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참전한 군인들의 서명이 담긴 우크라이나 국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은 지난 3월 16일 화상 연설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AFP 연합뉴스

■ 미·우크라 정상회담

군복 같은 차림으로 미 방문
“그냥 평화 없다”며 승리 의지
전쟁 발발 후 국경 처음 벗어나
나치 공습때 ‘방미’ 처칠 연상
바이든 “푸틴, 약자 괴롭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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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21일 정상회담은 제2차 세계대전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던 1941년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과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의 ‘역사적 만남’을 떠올리게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월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국경을 벗어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미국 방문에서 전 세계의 단합을 촉구하며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첩보영화를 방불케 한 비밀 작전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을 초청한 바이든 대통령도 굳건한 연대를 약속했다.

CNN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81년 전 수개월 간 독일 나치 공습으로 암흑 속에서 화염에 휩싸인 고향을 뒤로한 채 미국을 찾았던 처칠 전 총리와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처칠 전 총리는 ‘U보트’로 불린 독일 잠수함 공격 위협에도 1941년 12월 22일 대서양을 건너 미국을 방문해 루스벨트 당시 대통령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처칠 전 총리는 나흘 뒤 미 의회 연설에서도 항전 의지를 다졌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당시 의회에서 처칠 전 총리의 연설을 지켜봤던 부친 토머스 달레산드로를 언급하며 “이는 자긍심의 원천이자 가문이 이뤄낸 업적이 일부”라고 말했다.

처칠 전 총리와 비교될 만큼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미국 방문의 무게감은 남달랐다. 우선 일정 조율부터 극비리에 진행됐다. 지난 20일 최대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를 찾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열차로 폴란드로 이동해 미 공군 수송기 C-40B를 탑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군복이 연상되는 짙은 녹갈색 셔츠와 바지 차림으로 일정을 소화했고, 바이든 대통령과 질 여사는 백악관 앞까지 나와 젤렌스키 대통령을 맞았다. 특히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단지 평화를 위해 내 나라의 영토와 주권, 자유에 대해 타협할 수는 없다”며 일각에서 제기된 평화협상론을 일축했다. 이어 “어떤 전쟁에서도 우리에게 주어지는 ‘그냥 평화(just peace)’란 없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bully)’으로 묘사한 뒤 “그는 이 잔인한 전쟁을 끝낼 의사가 없다”고 날을 세웠다. 종전 가능성에 대해선 “우리는 모두 이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하지만, 이는 푸틴 대통령이 정신을 차리고 군대를 물릴 때만 가능하다”며 “그러나 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 미 의회를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를 독일 나치에 비유하며 “나치에 맞선 미국처럼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에 대항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원 다수당이 된 공화당 일부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겨냥해 “백지수표는 없다”고 언급한 점을 의식한 듯 “미국의 지원은 자선이 아니다. 투자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물러나지 않는다면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도 무릎을 꿇게 될 것”이라고 초당적인 협력을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위한 449억 달러(약 57조7000억 원) 예산이 포함된 2023 회계연도 연방 정부 예산안 처리도 함께 요청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