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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철환의 음악동네 - 김성환 ‘인생’

대한민국 가수는 모두 몇 명일까. 통계청에 문의해도 알려주지 않는다. 심지어 가수협회도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지 못한다. 등록만 해놓고 회비를 안 내는(못 내는) 가수도 많고 음반을 내도 무대에 서지 못하는 가수가 태반이다. 음반도 없고 명부에도 없다고 실제로 여기저기서 활동하는 가수를 제지할 명분도 찾기 힘들다.

가수 뺨치게(실제로 때리는 건 아니고) 노래 잘한다고 가수로 인정받는 것도 아니다. 일정기간 직업(생계수단)으로 노래를 불러야 정식가수인 셈이다. 다행히도 노래세상에선 중역이 따로 없다. 현역이 최고다. 결국은 대중이 불러주어야 출연료도 받고 노래도 할 수 있으므로 영원한 현역은 직업가수의 한결같은 꿈일 것이다.

음악동네에도 확증편향이란 게 있을까. “저것도 노래냐” “트로트는 다 똑같아” “쟤들이 부르는 노래는 도대체 알아들을 수가 없어” 심판(?)의 시선으로 보면 확실히 좋은 노래와 좋아하는 노래는 갈린다. 심각할 필요는 없다. 세상이 좋아하는 노래는 박수로 가려내지만 세월의 눈금은 좋은 노래를 용케도 가려낸다. 생사의 기준이 맥박과 호흡이듯 노래의 생명력도 마찬가지다. 꾸준히 누군가 불러줘야 하고 다시 들으면 가슴이 뛰어야 비로소 살아있는 노래다.

‘가요무대’(KBS 1TV)를 보면 남의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절반 이상이다. 열심히 부르지만 반응은 원곡가수에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시청자는 궁금할 것이다. 왜 오리지널 가수를 안 부르지? 이면을 들춰보면 연출진이 섭외를 안 해서라기보다 당사자를 모시는 게 어려운 경우가 더 많다. 어렵사리 연락이 닿아도 거절의 사연은 각양각색이다.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신비주의를 지키려고, 행사 스케줄이 많아서, 무대가 마음에 안 차서, 다른 출연자와 체급(?)이 안 맞아서 등등.

히트곡 하나 없는 가수의 사정은 10년을 연기해도 존재감 없는 배우의 설움과 비슷하다. 대부분의 시청자는 오리지널 가수의 가창력이 예전 같지 않아도 눈감아준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그 시절 그 노래는 추억을 되살려주는 힘이 있고 둘째, 저 가수도 나이를 먹으니 어쩔 수 없구나 하는 일종의 안도감(?)을 준다. 본인이 처음 취입하지 않았어도 계속 방송에서 부르면(부를 기회가 생기면) 노래의 임자가 바뀌는 경우가 있다. 연기자 겸 가수 김성환이 자주 부르는 노래 ‘인생’이 바로 그렇다. ‘세상에 올 때 내 맘대로 온 건 아니지만은/ 이 가슴엔 꿈도 많았지/ 내 손에 없는 내 것을 찾아 낮이나 밤이나/ 뒤볼 새 없이 나는 뛰었지’ 원곡은 트리오 별셋이 발표했는데 제목도 처음엔 ‘보통 인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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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의 인생도 ‘보통 인생’은 아니었다. 재수하던 시절 탤런트 시험(동양방송 10기)에 합격했던 스토리부터 예사롭지 않다. 본인이 밝히기로 1차에선 약장수 연기, 2차에선 뱀장수 역할을 했다. 흔히 하는 멜로나 액션 대신 익살과 넉살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그 명랑과 낙천으로 험한 연예산맥의 편안한 동산이 된 거 아닐까.

‘너도 가수냐’라는 질문도 어지간히 받았을 테지만 김성환은 일흔을 넘긴 나이(1950년생)에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현역가수다. ‘내 나이 묻지 마세요/ 흘러간 내 청춘 잘한 것도 없는데/ 요놈의 숫자가 따라 오네요’(김성환 ‘묻지 마세요’ 중) 올 상반기 ‘가요무대’에만 석 달(2, 3, 4월) 연속으로 출연한 기록의 보유자다. ‘스쳐 간 세월 아쉬워한들 돌릴 수 없으니/ 남은 세월이나 잘해봐야지’(김성환 ‘인생’ 중) 노래를 따라 부르다 보니 카타르경기장에서 청년 두 명이 들고 있던 현수막이 오버랩된다. 선수에게도 가수에게도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작가 · 프로듀서 · 노래채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