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안해성 포천딸기힐링팜 대표가 스마트팜 온실에서 재배 중인 딸기의 생육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안해성 대표 제공

■ FTA 면역력, 농촌 경쟁력 되다 - (7) 귀농 후 꿈 펼치는 청년들

안해성 포천딸기힐링팜 대표
대기업 퇴사후 정부지원금 받아
나노 촉매 가드닝 제품 등 개발
융·복합 방식 시장 경쟁력 키워

박덕수 영천 과일판다 대표
조건 없는 ‘정직한 농사’ 선택
방추형 수형 사과로 1억원 매출
농산물 거점유통단지 조성목표


“음…. 저는 농사만 짓진 않습니다. 농사는 물론 농업과 관련한 다양한 사업들을 하는데, 일종의 ‘융·복합 비즈니스’ ‘융·복합 스타트업’을 하고 있는 셈이죠.”

안해성(38) 포천딸기힐링팜 대표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설명하며 ‘융·복합’이란 단어를 좋아한다고 했다. 농사를 지으며 농산물을 주 수입원으로 삼고 있지만 지금 자신이 하는 일, 사업을 단순히 ‘농사일’로만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런저런 것들을 연계하는 데 익숙하다.

서울대에서 지질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국내 굴지의 건설사에서 일했는데 “이런 모든 과정이 농업과 연계돼 있었다”고 강조한다.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며 이런 능력과 경험을 활용해 사업을 점점 늘려나갔다. “모든 것이 기회”라는 안 대표는 농촌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농이자 전도유망한 벤처기업가로 새로운 인생을 이끌어가고 있다.

◇청년농? 벤처사업가! = 안 대표처럼 농업·농촌에서 미래를 찾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이들에게 농업·농촌은 ‘꿈’과 ‘이상’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다. 과거엔 “할 게 없어서 농사나 짓는다”는 말이 있었지만 청춘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농업경영 주체로서 이들은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에 자신감이 넘친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시장개방도 아랑곳하지 않고 ‘쿨’하게 대한다. 시장 이해도가 높고, 수급조절, 유통망도 잘 알고 있다. 첨단 농업에 대해서도 전문가들 이상의 지식을 갖고 있기에 본인 농업의 경쟁력이 높다는 사실을 잘 안다. FTA가 무서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안 대표 역시 패기 넘치는 청년농이자 스타트업 창업농, 사업가다. 그는 “사실 2003년 아버지의 귀농을 보고 농업에 대해 많이 알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며 “귀농 지역 작목반 총무, 연합회 총무, 관내 시금치 수출업무도 도왔다”며 “농업과 관계된 일들을 해본 경험이 있어 어렵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래도 서울에서 공부한 그는 학위를 따고 현대건설에서 2018년까지 근무했다. 그는 학교에서 지하수와 관련한 세부전공을 택했는데, 그게 지금 농사일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의 이런 인생 스토리는 최근에 출간한 자서전 ‘대기업을 퇴사하고 농사를 짓습니다’에 나와 있다. 농업이 돈이 되고 미래가 된다는 데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는 “귀농 과정에서 포천을 선택한 것도 이 지역의 미래 발전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라며 “나의 수익 모델은 딸기 수확 등 1차 생산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방식의 융·복합에서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16억 원에 달하는 연구·개발 정책자금을 지원받았다. 중소기업에 지원되는 이 정책자금으로 그는 나노 촉매기술을 활용한 식물가드닝 제품을 만들고 있다.

친환경 순환 양액 시스템이라든가, 도시민들도 집에서 쉽게 작물을 키울 수 있는 생육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영농조합법인도 지난 11월에 설립했다. 스마트팜 설치·운영도 그의 여러 비즈니스 모델에 포함돼 있다.

하지 않는 게 없는 셈이다. 안 대표는 “메인 사업은 딸기농사로 안전한 먹거리 생산이 1차 목표”라며 “좀 더 발전해 탄소중립 문제 등 공동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는 농업인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박덕수 경북 영천 과일판다 대표가 본인이 재배하고 있는 사과를 보며 웃고 있다. 박덕수 대표 제공

◇“농업은 현실…그래도 기회는 농촌에 있다” = 경북 영천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청년농 박덕수(40) 과일판다 대표는 매우 현실적이다. 그는 농사일에 대해 매우 솔직하다. “청년농으로서 창농을 하고 정부에서 지원도 받았다”고 소개한 박 대표는 “농촌에 대해 환상은 갖고 있지 않지만 농업은 정직하고 노력하는 만큼 많이 벌고 잘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을 다니던 금융인이었다. 서른셋에 퇴사를 하고, 2014년 한국농수산대학에 입학했다. 직장생활이 적성에 맞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요즘 청년들은 정말 힘들게 회사에 들어가지만 쥐꼬리 월급을 받으며 본인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받지도 못한다”며 “농업은 연령제한도 없고 열심히 생활하면 도시 월급생활자보다 많이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요즘 같은 농한기에는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도 가질 수 있다는 게 농업을 선택한 이유라고 했다.

그는 ‘키 큰 방추형 수형’ 사과를 재배해 지난해 매출 1억1500만 원을 올렸다. 이 정도의 매출을 거두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도 거쳤다. 그는 “사과는 3000평 정도 재배를 해야 1억 원가량 매출을 올릴 수 있지만 젊은 사람들, 특히 승계농이 아닌 청년농이 시골에서 땅 없이 농사를 시작해 적정한 소득을 벌긴 쉽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박 대표는 “그래도 요즘은 농업경영자금 지원 조건이 매우 좋아져 청년농업인이 한 번 시도해볼 만하다”고 전했다.

그는 1차 산업에 진심이다. 농산물을 6차 산업화하며 고부가가치의 상품으로 만드는 것도 의미 있지만 자신과 같은 청년농이 농업 자체에 더 관심을 갖고 최선을 다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박 대표는 “전문농업경영인(마이스터)이 돼서 농업 기술을 다른 젊은 청년농에게 전파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목표”라며 “사실 올해 3차 시험에서 떨어졌지만 좀 더 노력해서 농산물 생산에서는 나 자신의 기술적 완성을 이룰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일판다 브랜드로 판매를 함께해 온 여러 젊은 친구들과 나중에는 거점유통단지를 만들어 현지에서 생산한 농산물의 유통도 한결 수월하게 만드는 게 꿈이다. 그는 “기술이 좋으면 결국 소득도 높아진다”며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농사 현장의 노하우를 가능한 한 많이 익혀, 농사를 짓는 다른 청년들에게 가르쳐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정착지원금 대상 3000→4000명 확대… 생애 첫 농지 취득 3억 보증도

■ 정부 청년농 육성 정책

30년 임차 후 매입 제도 도입
2027년까지 3만명 양성 계획

정부도 농업·농촌의 미래를 위해 청년농 육성을 농정의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10월 ‘농업혁신 및 경영안정 대책’을 발표, 2027년까지 청년농 3만 명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첨단기술에 친숙한 청년농이 유입되고 청년층 등을 중심으로 스마트농업 관련 핵심 기술을 적용하면 우리 농업이 미래성장산업으로 힘차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청년농 육성을 주요 농정과제로 삼았다.

농식품부는 이 같은 목표로 창업 준비단계부터 성장단계까지 전주기 맞춤형 지원 체계를 구축한다. 먼저 청년농에게 지급하는 영농정착지원금의 지원 대상을 현 3000명에서 내년 4000명으로 확대하고 단가도 월 100만 원에서 110만 원으로 인상한다. 농업 분야 고령화가 지속되고 후계인력 규모도 감소 추세에 있기에 정부로선 농업 인력 양성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할 상황이다. 2020년 기준 국내 청년농 비중은 1.2%(12만4000명) 수준으로 65세 이상 고령농 비중(56%)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40년 국내 고령농 비중은 76.1%까지 상승하는 반면, 청년농은 1.2%에 머무를 것으로 예측했다. 청년농 집중 육성은 농촌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한 측면도 크다.

농촌 정착을 위해 농지 공급도 대폭 확대한다. 자금력이 부족한 청년농을 위해 생애 첫 농지 취득에 대해서는 최대 3억 원까지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농신보) 보증도 제공한다. 청년농이 원하는 농지를 30년간 임차해 농사를 지은 후 매입할 수 있는 ‘선(先)임대-후(後)매도’ 제도도 내년부터 도입한다. 청년농의 스마트팜 창업을 돕기 위해 온실을 지을 수 있도록 땅을 정비해 임대형 스마트팜(지능형 농장)과 임대주택을 모두 제공하는 청년농스타트업단지도 내년 6㏊ 규모로 조성한다. 농지·시설·농기자재 등 농업 기반 투자 시 투자·담보 능력이 부족한 청년농의 금융 부담도 크게 줄였다. 상환 기간을 기존 15년에서 25년으로 늘리고 금리는 2%에서 1.5%로 완화해 청년농의 상환 부담을 45%까지 낮췄다. 특히 스마트팜을 시작하는 경우 최대 30억 원까지 융자를 지원하고, 일시적 경영 위기를 겪을 시 1년간 상환을 유예하도록 해 안전망도 강화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청년농에게 투자하기 위한 청년농 전용 펀드(영파머스 펀드)를 2027년까지 1000억 원 규모로 확대한다. 이와 함께 청년농의 농촌 정착을 위해 주택·돌봄·교육 등 필요한 생활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생활권 400개소를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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