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법정 내부. 연합뉴스 자료 사진

문자·전화에 집 찾아가기 등 다양하게 피해자 괴롭혀
법원의 피해자 접근·연락금지 잠정 조치도 어겨


14년간 사실혼 관계였던 여성에게 재결합을 요구하며 스토킹한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10단독 윤양지 부장판사는 지난달 24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남성 A(72) 씨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보호관찰을 받을 것과 80시간의 스토킹 재범 예방 강의 수강도 함께 명령했다.

A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피해자 B 씨에게 수시로 문자메시지 전송과 전화를 하며 집에 찾아가는 등 총 47회에 걸쳐 스토킹한 혐의를 받았다. A 씨와 B 씨는 지난 1993년부터 2007년까지 약 14년에 걸쳐 사실혼 관계에서 동거한 사이로, 헤어질 때 사생활에 대해 간섭하지 않기로 약속하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A 씨는 “자네가 거지 돼서 고개 숙이고 올 때를 준비할 걸세”, “옛날처럼 낭만이 넘치는 하늘 쳐다보며 양손 벌리고 눈 맞게”, “자네가 빨리 와서 뒷바라지 좀 해주게” 등 재결합을 원한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피해자 주거지에 찾아가 대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또한 A 씨는 지난 2월 24일과 4월 29일 법원으로부터 피해자 접근 및 연락 금지 등 잠정조치를 받은 상태였다. 윤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금전 청산 등을 운운하며 상당 기간 반복적으로 문자와 전화 등의 연락을 하고 피해자의 주거지에 찾아가 스토킹을 했고, 2회에 걸쳐 법원으로부터 잠정조치를 받았음에도 이를 어겼다”며 “피해자는 큰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