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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투자 · 민간소비로 버텼지만
자금시장경색 · 파업 여파 본격화
“내년 중반 가장 어려운 시기될것”

올 4분기 국내 경제 성장률이 ‘역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올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전 분기 대비)가 설비투자와 민간소비에 힘입어 간신히 역성장을 피해가긴 했지만 4분기에는 수출·투자·소비 동반 부진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다. 민간 전문가들은 내년 경제 성장률이 한국은행 전망치(1.7%)를 밑도는 1% 중반대까지 곤두박질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예상보다 잘 나온 3분기 경제 성장률을 견인한 설비투자와 민간소비가 4분기에는 자금시장 경색과 부동산 시장 침체, 이태원 참사, 화물연대 파업 등 여파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면서 “4분기를 시작으로 내년 1, 2분기까지 역성장 행진이 계속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조 연구위원은 또한 “올겨울을 기점으로 유럽 경제가 침체에 들어가고, 중국의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세계 경제가 악영향을 받기 시작하고, 내년 중반에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면서 “가장 어려운 시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핵심 수출 시장인 유럽·중국·미국 경제가 모두 침체기에 들어가는 내년 중반 무렵이 수출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 경제에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성장률이 4분기 -0.6%까지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3분기 실질 GDP 성장률 잠정치(전 분기 대비)가 0.3%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부문별 기여도를 보면 순수출은 성장률을 1.8%포인트나 끌어내렸다. 최근 무역수지 적자 상황이 결국 경제 성장에도 타격을 준 셈이다. 민간소비, 설비투자의 GDP 기여도는 각 0.8%포인트, 0.7%포인트로 분석됐다. 전체 내수의 기여도는 2.0%에 이르렀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민간소비가 늘고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증가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가 오락·취미용품 등 준내구재와 음식·숙박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1.7% 증가했다. 설비투자의 경우 반도체 장비 등 기계류와 운송장비가 모두 늘면서 7.9%나 성장했다.

3분기 수출은 반도체 가격 하락 및 수요 감소에도 운송장비·서비스 부문 호조에 힘입어 1.1% 늘며 2분기 역성장(-3.1%) 추세에서 벗어났다. 반면, 원유·천연가스 중심의 수입 증가율(6.0%)은 수출의 약 6배에 이르렀다.

3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0.7% 감소했다.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해외에 노동·자본 등을 제공하고 받는 소득)이 4조4000억 원에서 7조3000억 원으로 늘었지만,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 무역 손익(-28조 원→-35조7000억 원)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실질 GDP 성장률(0.3%)을 밑돌았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