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전 지며 승점없이 탈락 확정
사상 첫 개최국 조별리그 전패

도하=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카타르가 역대 최고인 2290억 달러(약 308조 원)를 지출했으나 숱한 불명예 기록만 남긴 채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퇴장했다. 특히 타국에서 팬들을 동원, 카타르를 응원하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카타르는 30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A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네덜란드에 0-2로 졌다. 1, 2차전 패배로 일찌감치 조별리그 탈락을 확정한 카타르는 3패(승점 0)로 카타르월드컵을 마쳤다. 개최국이 승점을 쌓지 못한 건 월드컵 92년 역사에서 처음이다.

개최국의 조별리그 탈락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에 이어 두 번째다. 그러나 남아공은 1승 1무 1패(승점 4)로 아쉽게 탈락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카타르가 월드컵을 치르기 위해 229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출한 것으로 분석했다. 7개의 경기장과 공항, 병원, 전철 등 인프라 구축에 투입된 모든 금액이 포함됐다. 2018 러시아월드컵 당시 116억 달러의 19.7배이며, 종전 월드컵 역대 최다 비용인 2014 브라질월드컵 당시 150억 달러의 15배를 넘는다. 카타르는 앞으로 깨지지 않을 개최 비용을 남겼다. 그런데 카타르엔 불명예만 남았다. 시작부터 꼬였다. 카타르는 개막전에서 에콰도르에 0-2로 지며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개최국 첫 경기 패배를 남겼다. 이전까지 개최국은 첫 경기에서 16승 6무를 기록했다.

또한 카타르는 1970 멕시코월드컵 이후 52년 만에 개최국이 첫 경기에서 득점을 올리지 못한 사례로 남았다. 그리고 2차전에서 세네갈에 1-3으로 패배, 2연패로 카타르월드컵 1호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망신을 당했다.

특히 카타르는 자국민의 관심이 저조하자 타국에서 응원단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29일 뉴욕타임스는 ‘카타르를 열정적으로 응원한 팬들의 숨은 비밀’이라는 기사를 통해 카타르를 응원한 이들이 카타르 출신이 아닌 동원된 관중이라고 전했다. 레바논과 이집트, 알제리 등에서 모인 관중들은 지난달부터 카타르에 집결해 응원가와 안무를 짰다. 카타르 국내리그 팬들은 수백 명 수준인데, 이들은 1500여 명이나 됐다.

3연패 탈락의 주범 펠릭스 산체스 카타르 감독은 수모에도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는 “16강, 8강 진출을 목표로 삼은 적이 없다”며 “기록은 기록일 뿐이다. 우리는 우리만의 평가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타르는 개막 6개월 전부터 합숙 훈련을 진행, 눈길을 끌었다. 산체스 감독은 “우리는 아시안컵 우승 업적을 이룬 팀”이라며 “다음 아시안컵을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