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3월 22일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위치한 세인트 주드 어린이 연구 병원에 도착한 우크라이나인 남매가 활짝 웃으며 우크라 국기를 흔들고 있다. 소녀(사진 오른쪽)는 미국에서 최초로 데려온 소아암 환자 중 한 명이다. 세인트 주드 어린이 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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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 의료진, 우크라 구원 손길
“폴란드 국경서 병원으로 이송
심리치료까지 함께 진행할 것”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폴란드 국경을 넘을 때 저도 두려웠습니다. 말도 안 통하는 아이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레고, 색칠놀이를 하며 영국에 도착하니 다들 눈물을 흘리더군요.”

우크라이나의 희귀암 투병 어린이 21명을 병원으로 데려오는 업무를 맡은 영국 버밍엄 어린이 병원(BCH) 소속 의료진이 지난 3월 임무를 마친 뒤 전한 사연이다. 러시아 점령군들이 어린이 병원을 공격하면서 희귀·특수암에 걸린 우크라이나 아동들을 구출하기 위한 미국과 유럽 각국의 사연들이 전해지고 있다.

더선 US에 따르면 해당 아동들을 데려오는 업무를 맡았던 소아 집중 치료 전문가인 마이클 그리크사이티스 박사는 “아이들은 러시아 침공 상황에서 폴란드 국경을 넘는 충격적인 여행으로 피폐해진 상태였다”며 “몇몇 아이들은 두려움에 질려 덜덜 떨고 있었기에, 그 아이들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을 만한 모든 도움을 주려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폴란드 지방 공항으로 아이들을 데려와 항공기를 이동식 병원으로 개조하고 기내에서 암 치료를 함께 진행했다.

마이클 박사는 “아이들을 비행기에 태운 뒤 안심시키기 위해 레고, 주사위, 스티커 같은 언어가 필요 없는 게임들로 긴장을 풀어주려고 노력했다”며 “비행기가 영국에 착륙하자마자 환자와 그 보호자들이 박수를 치며 안도의 눈물을 흘리는 걸 보고 마음이 저렸다”고 밝혔다.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있는 세인트 주드 어린이 병원 역시 지난 3월 우크라이나 소아암 어린이 4명을 데려왔다. 생후 20개월부터 만 8세까지의 이 아이들은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미 정부가 운영하는 의료 수송기를 타고 미국까지 왔다. 미국 도착 뒤에는 암 치료뿐 아니라 심리 치료도 함께 받았다.

병원 관계자는 “절망에 빠진 아이들이 엄마 손을 잡고 공포에 질려 조국을 떠나는 것을 목격하면서 우리의 의학적 지식과 불굴의 연민을 이 아이들에게 다 쏟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 아이들의 치료뿐 아니라 향후 성장에도 도움을 주도록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