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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시 - 인근 지자체 충돌

서구 “피해지역 위한 기금인데
시, 쌈짓돈처럼 일반사업에 써
구에 특별회계 소관 이관해야”
인천시는 “수용 어려워” 입장

인천=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인천시가 올 연말 종료되는 ‘수도권매립지 특별회계’의 존속기한을 2026년까지 연장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면서 지역사회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매립지와 같은 주민 기피시설에 대한 실질적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향후 설치 예정인 소각장 등 시설에 대한 유인책도 거부되는 모양새다.

29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수도권매립지 특별회계는 폐기물 반입 수수료의 50%를 추가 징수해 마련한 기금을 인천 서구와 계양구, 경기 김포시 양촌읍 일원 등 매립지의 영향이 우려되는 지역의 환경 개선을 위해 쓰도록 수도권 3개 시도와 환경부 등 4자가 2016년에 합의해 설치했다. 지난 8월 말 현재까지 5208억 원의 기금이 적립돼 인천시가 매년 800억~900억 원의 기금을 특별회계로 관리 운영한다.

이를 두고 수도권매립지 영향권 내 86%가 속한 인천 서구는 기금 운영의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특별회계를 시에서 구로 이관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매립지로 인해 실제 대다수 서구 주민이 고통받지만, 기금의 예산 편성 권한이 없어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혜 사업을 자율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또 특별회계의 존속기한이 연장되면 애초 2025년 종료할 예정이던 매립지 사용기한도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용식 인천 서구발전협의회장은 “매립지 피해 지역 주민을 위해 쓰도록 한 기금을 시가 ‘쌈짓돈’처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가 자체 예산으로 할 수 있는 사업조차 특별회계 기금을 빼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시는 지난해 서구 드림로~원당대로 간 도로(770m)와 금곡동~대곡동 간 도로(3.2㎞) 개설에 각각 225억 원과 471억 원의 예산을 특별회계에서 지출했다. 이들 도로는 시 예산으로 설치해야 하는 광역도로다. 2018년부터 추진 중인 인천도시철도 1호선 검단 연장 건설 사업에도 특별회계에서 324억 원의 예산이 쓰였다. 이 밖에 동 행정복지센터와 노인회관, 공원 조성 등 23개 사업에서 3387억 원의 예산이 최근 3~4년에 특별회계에서 집행됐다. 매립지 영향권이 아닌 지역은 시 일반회계에서 자체예산으로 충분히 지원 가능한 사업이다. 앞서 지난 8월에는 이곳 주민단체가 전임 인천시장과 관련 부서 공무원을 업무상 배임과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특별회계에서 ‘환경특별시’를 홍보한다며 94억 원을 지출하고, 자체매립지(영흥에코랜드) 용지 매입에 617억 원을 전용했다는 이유다.

시 관계자는 “매립지 영향권 내 여러 자치단체가 속해 있어 서구의 이관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 지역 주민에게 실질적 혜택을 줄 수 있게 관할 자치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천시는 내년도 예산안에 특별회계 가용예산 975억 원을 포함해 개정 조례안과 함께 시의회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