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 = 전승훈 기자

■ What - 최종 궤적 수정 앞둔 다누리호

8월 발사 이후 300만㎞ 비행
12월말 달 궤도에 안착 목표
최초 ‘표면 편광지도’ 만들고
달 ~ 지구 인터넷 시험 등 임무

성공하면 ‘7대 우주강국’ 도약
다음 목표는 달 무인 착륙선
누리호 개량한 국산 발사체로
‘한국판 아폴로 계획’ 이어갈 듯

우리나라 최초의 달 궤도선(KPLO) ‘다누리’ 호가 발사된 지 약 100일 만인 17일 드디어 달 궤도 진입 D-30일 지점에 도착한다. 지난 8월 5일 오전 8시 8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 발사대에서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사의 팰컨9 발사체에 실려 달을 향해 힘차게 날아오른 후 오는 12월 17일 달 궤도에 처음 도착하기까지 한 달을 남기고 그간 총 302만㎞의 비행 거리를 103일 걸려 비행했다.

다누리는 발사 이틀 만인 8월 7일 지구 중력을 벗어나 리본 모양의 ‘탄도형 달 전이방식(BLT·Ballistic Lunar Transfer)’ 궤적에 무사히 올라탄 후, 8월 말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태양·지구 L1 라그랑주 점 옆을 통과했다. L1 라그랑주 점은 태양과 지구 사이에서 중력과 위성의 원심력이 상쇄돼 사실상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평형점을 말한다. 9월 27일에는 지구에서 가장 먼 155만㎞ 지점을 지났고, 12월 9일 달로 접근하기 전 마지막 궤적 수정 기동을 한다.

일정대로 12월 17일 달 궤도 1차 진입에 성공하고 수차례 선회 기동을 거쳐 달 지상 100㎞의 최종 임무 궤도에 제대로 자리 잡으면 우리나라의 우주 지위는 세계 7번째 달 탐사국으로 껑충 뛰어오른다. 또 세계 최초의 달 표면 전체 편광 지도 제작, 달~지구 간 우주인터넷 통신 시험 등 ‘최초 임무’들을 모두 수행하는 데 성공하면 세계 7대 우주 강국으로 도약한다. 다누리는 올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달 상공에서 2023년 신년 메시지 전송 임무도 수행할 예정이다.

발사 당시 다누리가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38만4000㎞)보다 더 긴 비행 노선을 택한 것은 연료 절감과 심(深)우주 항행 경험 축적을 위한 것이었다. 다누리는 발사 후 지구를 한 바퀴 돈 다음 중력을 최대한 이용해 연료를 절감하는 BLT 궤적을 따라 달 여행을 했다. BLT 궤적은 지구와 태양의 중력을 활용해 이동하므로 연료를 25%가량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에 달보다 더 먼 156만㎞의 심우주 항행도 처음 경험했다.

다누리는 발사 후 지금까지만 해도 벌써 갖가지 테스트 성공 기록을 축적하고 있다. 8월 5일 발사 후 약 92분이 경과한 오전 9시 40분쯤 지상국과 첫 교신에 성공했고, 지구자기장 경계면을 관측했다. 같은 달 25일 방탄소년단(BTS)의 노래 ‘다이너마이트’ 등 데이터를 우주인터넷으로 전송하는 시험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26일에는 지구와 달이 함께 있는 모습을 고해상도 카메라로 촬영했다. 9월 들어 지구·달 공전과 달이 지구를 통과하는 장면을 촬영한 데 이어, 10월에는 감마선 분광기로 블랙홀 탄생 이후 발생한 감마선 폭발을 관측하는 성과까지 올렸다.

다누리는 12월 말 달 지상 100㎞ 상공의 임무 궤도에 안착한 후 2023년부터 1년간 하루 12회 달 주위를 공전하면서 관측 및 과학기술 탐사에 종사하게 된다. 총 6개 탑재체를 싣고 물(얼음)의 존재 여부, 헬륨3 등 자원 탐사, 달 표면 지도 작성, 2030년 달 착륙선 착륙 후보지 탐색, 달 자기장·방사선 측정, 우주인터넷 기술 검증 등 여러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특히 다누리의 ‘눈’이라 할 수 있는 광학 탑재체는 고해상도 카메라, 섀도캠(달 영구음영지역 촬영카메라), 광시야 편광카메라의 3개 종류다. 1월 한 달간 위성영상의 오차, 왜곡 현상을 조정하는 보정 운전을 마친 뒤 2월부터 본격 관측에 돌입한다.

다누리는 2016년부터 총 2367억 원이 투입된 7년간의 장기 프로젝트였다. 이름도 올해 대국민 명칭 공모를 통해 ‘달’과 누리다의 ‘누리’를 합성한 조어로 명명됐다. 초기에 국내의 모든 기술 역량을 동원해 2년 동안 부품 개발, 기능 점검, 조립 검증에 집중적으로 매달렸다. 달 지도 제작, 달 자원 탐사 등 6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2019년 달 탐사 계획을 변경해 당초 550㎏이었던 중량을 678㎏으로 늘리고, 달로 향하는 궤도도 연료절감형으로 바꾸었다.

다누리는 한국이 우주개척사에서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 본격 우주 강국으로 발돋움할 첫 도약이다. 달 궤도선이 성공한다면 오는 2030년 이후 ‘한국판 아폴로 계획’ 달 착륙선 발사로 이어질 전망이다. 다누리는 미국 스페이스X사의 팰컨9 발사체에 실려 달로 향했지만, 달 탐사 2단계인 유인 달 착륙선은 누리호를 개량한 한국형 발사체로 쏘아 올린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그러니까 태극기를 새긴 한국형 달 탐사선 다누리의 임무 완수는 한국의 우주 개발 수준이 발사체와 인공위성 제작 등 지구 주변을 맴도는 ‘얕은’ 우주에서 태양계 바깥을 향하는 ‘먼’ 우주로 나아갈 첫발을 디디는 역사적 의미를 갖게 된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