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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준의 Deep Read - 미국 중간선거 이후의 북핵

美 중간선거 이후에도 한반도 지정학적 위험 지속… 北,‘계산된 무모성’구사하며 7차 핵실험 준비
김정은, 전략핵으로 美 위협하고 전술핵으로 南 압박 목표… 3축·핵억지 체계 대대적 혁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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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이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난달 12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는 중국을 ‘미국의 가장 중대한 지정학적 도전’으로 규정하고, 향후 10년이 ‘결정적 시기’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 의석을 탈환했지만 한반도 문제 등 대외정책의 큰 줄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이 다분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유산이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달 제20차 중국 공산당대회 개막연설에서 3연임을 확정한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천명하면서 대만 통일을 위한 무력 사용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미·중의 입장 충돌은 대만은 물론 한반도 정세에 높은 파고를 예고하고 있다. 최근 부쩍 잦아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이런 지정학적 도전 속에서 실전 가능한 첨단 전술핵 개발을 위한 일종의 예행연습인 것으로 보인다.

◇‘中 추축국’ 모험주의

탈냉전 종식으로 형성된 신냉전체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준(準)동맹적 결속이 확인된 중국·러시아·북한·이란 등 ‘중국 측 추축국(Axis)’은 모두 심각한 국내적 어려움 때문에 위기 극복을 위한 모험주의적 현상 타파를 추구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반시장적 정책에 따른 경기침체가 심각해지면서 대만 침공이 앞당겨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세계 2위 군사대국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국력의 한계성이 드러나자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고 있다. 러시아 맹방인 이란은 국내 반정부 시위가 격렬해지자 관심을 외부로 돌리려 사우디를 침공하리란 소문이 무성하다. 제재 장기화로 벼랑 끝에 몰린 북한은 광적인 미사일 발사 쇼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현상 타파 시도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러시아는 핵 사용 위협에 대한 미국의 엄중한 보복 경고에 따라 지난주 ‘방어적 핵 사용 원칙’을 천명했다. 중국은 대만 침공을 공언하고 있으나 군사 강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당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내심 모골이 송연해졌을 것이다. 이란은 국내 정국 타개책으로 사우디 침공을 강행할 경우 20년에 걸친 핵무장 노력이 이스라엘의 핵시설 공습으로 종말을 맞게 될 가능성이 있다.

◇北의 ‘의도적 무모성’

최근 북한은 우방국의 현상 타파 움직임에 편승해 미사일 도발을 확대해 가고 있지만, 국제사회에서 핵 위협이 갖는 효력은 이미 우크라이나에서 한계가 드러났다. 핵 위협은 ‘공멸을 각오하지 않는 한’ 실행에 옮길 수 없는 사안이어서, 스스로 굴복하는 나라에 대해서만 효력이 있다. 한·미가 북한의 핵 위협에 동요되지 않고 북한도 선제 핵 사용을 강행하지 않는다면 북한이 핵 보유를 통해 얻을 건 아무것도 없다.

북한 정권의 비이성적 무모성에 비춰 볼 때 핵을 실제 사용할지 모른다는 시각도 있으나, 북한 외교의 대명사인 ‘벼랑 끝 외교’는 비교적 정교하게 계산된 ‘의도적 무모성’을 구사한다. 북한은 그 계산된 무모성으로 한·미 양국과의 30년 외교전에서 승리해 핵무장을 완성할 수 있었다.

최근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강경 대응도 계산된 무모성의 소산이다. 1980년대 팀스피릿 연합훈련 때, 북한은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숨죽여 대처했고 당국과 주민 전체가 매년 한 달간 지하 벙커에서 고된 대피생활을 하곤 했다. 그러나 이제 북한은 미국의 북침 가능성이 없다는 학습효과에 핵무장의 자신감까지 더해져, 위협적인 대규모 역공세 훈련까지 벌이는 중이다.

◇전술핵이란 ‘찐’ 위협

오늘날 핵보유국들이 실전 배치한 전략핵무기는 통상 히로시마(廣島) 원폭의 수십 배에 달하는 용량이어서 누구도 먼저 사용할 수 없는 금단의 무기가 된 지 오래다. 북한이 천신만고 끝에 제조한 핵무기 역시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북한은 전쟁에서 실제 사용 가능한 초소형 전술핵무기 개발을 추진 중이다. 그것이 완성되면 언제라도 제7차 핵실험이 실시되겠지만, 미국·러시아·이스라엘 3개국만 보유한 첨단 전술핵을 북한이 개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술핵을 제조한다 한들 그 역시 맘대로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전술핵 사용을 고려했지만, 우크라이나가 핵 위협에 굴복하지 않고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강력한 보복을 위협함에 따라 러시아는 꼬리를 내리고 있는 데서도 드러난다.

북한이 그간 핵무장을 추진해 온 이유는 대미 핵 위협을 통해 미군의 한반도 개입을 막고 남한을 자력으로 흡수통일 하려는 것이었다. 따라서 북한의 대형 전략핵무기는 미국을 위협하기 위한 것이지 한국이 목표가 아니었다. 하지만 전술핵이 개발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술핵과 재래식 탄두가 장착된 1000기 내외의 단거리 미사일이 한국을 위협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의 요란한 미사일 발사 공세는 그 예행연습의 성격을 갖는다.

◇열악한 미사일 방어망

이러한 상황은 북한의 오랜 미사일 위협에도 불구, 국내 미사일 방어망의 열악한 상황과 대비된다. 미국과 일본은 PAC-3(요격고도 40㎞), 사드(150㎞), SM-3(500㎞)로 구성된 3단계 고도별 요격체계를 완비하고 있고, 미국은 추가로 고도 2000㎞의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 요격체계를 보유 중이다. 이런 미사일 방어망은 한국도 정치적 의지와 예산만 있으면 얼마든지 구축이 가능할 것이나, 의지와 관심 부족으로 방치되고 있다.

한국은 ‘3축 체계’라는 구호만 요란할 뿐, 소수의 저고도 PAC-3 방어체계와 단 1개 포대의 고고도 사드 체계 등 매우 제한적인 2단계 요격체계를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북한의 미사일 대량 공격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인 셈이다.

해군 이지스함에 응당 설치해야 할 SM-3 요격체계도 기약이 없다. 새로운 요격미사일 L-SAM이 국내서 개발 중이지만 요격고도가 70㎞에 불과하고 기술적 모태인 러시아 S-400에 결함이 많아, 사드의 추가 배치가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억지를 향한 혁신

북핵에 대한 억지력 문제를 둘러싸고 독자 핵 개발, 전술핵 반입, 핵 공유 등 여러 구상이 수년째 난무하지만 핵 억지력 확보를 위한 국가적 노력은 공개토론이나 세미나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정부가 숙고 후 책임지고 조용히 추진해야 할 일이다. 끝없는 탁상공론에 묻혀 미사일 방어망 구축과 같은 중요하고 시급한 조치들이 간과되거나 지체되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선 안 된다.

전 외교부 북핵 대사


■ 용어설명

‘추축국’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과 싸웠던 나라들이 형성한 국제 동맹. 당시 독일, 이탈리아, 일본이 동맹을 형성했듯 지금도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이 전체주의 동맹을 맺었다는 의미.

‘전술핵’은 광범위한 지역을 초토화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전략핵’과 달리 국지전에서 제한된 지역의 군사 목표를 공격하는 핵무기. 실전 사용이 가능한 초소형 전술핵은 ‘게임 체인저’로 불림.

■ 세줄요약

북의 의도적 무모성 : 美 중간선거 이후로도 미·중 대결에 따른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는 계속될 것. 중국 측 ‘추축국’인 北 역시 정교하게 계산된 ‘의도적 무모성’으로 모험주의적 현상 타파를 추구할 것으로 예상.

전술핵이란 ‘찐’ 위협 : 전략핵무기는 누구도 먼저 사용할 수 없는 금단의 무기. 북은 전쟁에서 실제 사용 가능한 초소형 전술핵무기 개발 추진 중. 최근 북한의 요란한 미사일 발사 공세는 그 예행연습의 성격을 가짐.

열악한 미사일 방어망 : 한국의 ‘3축 체계’는 구호만 요란할 뿐 북의 미사일 대량 공격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 탁상공론에 묻혀 미사일 방어망 구축 등 시급한 조치들이 지체돼선 안 됨. 억지를 향한 혁신이 필요한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