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발언대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경 묻는 질문에 “애통함과 무거운 책임감에 죄송한 마음”
2018년엔 “안전문제에 대통령이 답하라” 논평
이태원 참사엔 “핼러윈은 일종의 현상” 발언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은 7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일반 시민에게 문자를 받고 사태를 처음 알았다고 밝혔다.

박 구청장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질의에 나와 “언제 참사를 처음 알았느냐”는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주민으로부터 (오후) 10시 51분에 문자를 받았다”고 답했다. 박 의원이 “공무원들은 거기(참사 장소) 배치가 안 돼 있었느냐”고 묻자 “배치돼 있었다”면서도 공식 보고체계를 통해 보고를 받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박 구청장은 현재 심경을 묻는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에게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애통함과 무거운 책임감에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현장에 도착해서 긴급 구조활동을 벌이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으나 역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족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드릴까 염려해 언론의 질문에 답변도 드리지 못했다. 죄인의 심정”이라며 “구청장으로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진상 규명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물었고, 박 구청장은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구청장의 무한한 책임 면에서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박 구청장은 2018년 1월 당시 야당이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부대변인으로 있으면서 안전사고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는 내용의 논평을 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또다시 비판의 대상이 됐다. 박 구청장은 2017년 12월 발생했던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국가재난위기관리에 대한 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민의 소중한 생명이 언제까지 안전사고에 희생되어야 하는지 문 대통령은 답해야 한다”고 했었다. 해당 논평은 지금도 국민의힘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다.

자신이 과거에 발표했던 논평과 달리 박 구청장은 이번 참사 수습 과정에서 책임 회피성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참사 직후엔 아무 입장을 내지 않다가, 지난달 31일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주최 측이 없는 핼러윈 데이는 일종의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지난달 29일 참사 직전에 이태원역 인근 거리를 걸어 지나갔으면서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사실까지 뒤늦게 드러나면서 구청 홈페이지 등에 구청장직 사퇴 요구가 쇄도하는 등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