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달 29일 오후 10시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골목에 인파가 가득 몰려 있다. SNS 캡처

경찰, ‘일반적 불편 신고’로 판단...대응 안해
경찰청장 사과...관할서 대대적인 감찰 예고도


지난 29일 밤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하기 수 시간 전부터 위험성과 급박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접수됐지만, 경찰은 별다른 대응에 나서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의 부실 대응에 관한 책임 규명이 필요해 보인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사고 당일 18시 34분쯤부터 현장의 위험성과 급박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11건 접수됐지만 사고 예방 및 조치가 미흡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시 경찰은 사고 당일 오후 6시쯤부터 이태원 일대 핼러윈 축제와 관련한 112 신고를 받았지만 ‘일반적인 불편 신고’로 판단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번 참사와 관련해 관계 당국에 접수된 첫 신고는 지난 29일 오후 10시 15분 소방 신고였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보다 앞서 위험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는 의미여서 파장이 예상된다.

앞서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도 이날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사고 1시간 전부터 여러 건의 신고가 있었다. 인파가 많아 관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며 “오후 9시가 되면서 심각할 정도의 신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후 오후 10시를 넘어서는 사상자가 속출하면서 100여 건의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이날 경찰 지휘부가 사고 대응 미흡에 관한 사과와 위험 신고를 경시한 점을 인정함으로써 이번 참사의 1차 책임은 경찰 측으로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윤 청장은 앞서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이번 사고에 대하 입장 발표를 하면서 부실 대응을 인정하고 참사 사흘 만에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윤 청장은 입장 발표에서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다수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며 “사고 발생 이전부터 많은 군중이 몰려 위험성을 알리는 급박한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도 112 신고를 처리하는 현장의 대응은 미흡했다고 판단했다”며 “관련 내용을 언론을 포함한 언론에 소상하게 공개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현안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경찰청은 이날 이태원 지역을 관할하는 용산경찰서를 상대로 감찰에 착수했다. 경찰청은 김호승 경찰청 감사담당관을 팀장으로 15명의 감찰 인력을 투입해 핼러윈 축제 사전대비부터 현장 대응까지가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또 경찰은 실무자부터 지휘관까지 관계자 전원을 상대로 의사결정과 실행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조사하겠다며 대대적 감찰을 예고했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