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천대광 작가의 설치 작품들은 익숙한 기물을 차용하면서도 새로운 문양이나 자신만의 독특한 미감을 가미했다. 호리아트스페이스 제공.
천 작가는 조각과 회화, 공예, 건축을 넘나드는 대형 설치 작품으로 주목 받아왔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미술품수장센터 앞 잔디광장에서 ‘집우집주’ 전에서도 다채로운 재료와 형상으로 이상적인 도시를 은유적으로 구현했다. 당시 작품들은 한국 대종교 경전인 ‘천부경(天符經)’과 중세 유대교 신비주의 사상 ‘카발라(Kabbalah)’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던 것이라고 한다. 우주의 원리와 이치를 설명한 경전 내용에 작가의 해석을 가미한 결실인 셈이다.
천 작가는 한 작품을 위해 여러 국가를 직접 여행하며 기록하고 수집한 자료에 역사, 경제, 기술, 문화, 기후 등 다양한 정보들을 집적한 작품을 내놓는다. 익숙한 기물을 차용하면서도 새로운 문양이나 자신만의 독특한 미감을 가미해 의외의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게 특징이다. 국내외 미술관 전시나 공공미술 성격의 아트프로젝트에 자주 초대되는 까닭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반투명 아크릴판을 레이저로 절단해 기하학적 패턴의 구조물들을 만들었다. 김나리 호리아트스페이스 대표는 "작품의 이면을 들여다볼수록 따뜻한 감성으로 충만하다"라며 "철저하게 계산된 구조적 완성체에 작가적 집중력의 힘을 발견하게 된다"라고 했다. 김 대표는 "아크릴 재료라는 지극히 현대적이고 도시적인 재료의 질감과 조명의 은은한 빛이 더해져 더없이 담백하고 감미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라고 소개했다.
3층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조명 설치를 중심으로 40여점을 선보이고, 4층 아이프라운지에는 드로잉 250점으로 벽면 전체를 가득 채웠다. 전시장 곳곳을 산책하듯 여유롭게 작품 일부가 되어볼 수 있는 체험을 선사한다는 것이 갤러리 측 설명이다. 전시는 11월 26일까지.
장재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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