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옷’ 입었다고 학생 징계한 장신대, 학생들에게 손해배상

이미지 크게보기 무지개 깃발을 들고 사진을 찍은 신학생들. SNS 캡처

신학생들 무지개옷 입고 채플 퍼포먼스
정학·근신 징계…2심 법원, “학생들에게 무형의 손해 입혀”
앞서 징계처분에 대한 무효 판결도 받아내

무지개색 옷을 입고 채플(학교 예배)에 참여하고 무지개 깃발을 들고 사진촬영을 한 학생들이 학교 징계로 불이익을 입었다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학생 측 손을 들어줬다.

2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9부(남성민 부장판사)는 전날 서모씨 등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 신학대학원 소속 학생 4명이 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징계처분의 내용, 징계상태가 유지된 기간, 원고들이 입은 손해 등을 고려해 학교가 서씨에게 300만원, 나머지 학생 3명에게 각각 2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지난 2018년 5월 서씨 등은 다른 학생들과 함께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옷을 입고 채플에 참석했다. 이들의 행동은 ‘성소수자’에 대한 기독교계의 혐오 문화를 비판하는 퍼포먼스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채플이 끝난 뒤 무지개색 깃발을 들고 사진 촬영을 했는데, 퍼포먼스에 참여한 한 학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학교 측은 학생징계에 관한 규정을 위반했단 이유로 1명 정학, 3명에게는 근신 징계를 내렸다. 또, 이들이 받은 징계처분의 요지를 기재한 소책자를 배포하기도 했다.

서씨 등 4명은 징계가 부당하다며 징계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지난 2019년 징계처분에 절차상 하자가 있어 무효라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이후 확정됐다.

서씨 등은 징계가 내려지고 무효가 되는 과정에서 목회자로서 진로가 위태로워지는 등 심각한 피해를 보았다며 학교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했다.

1심은 학교 측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징계처분이 절차상 하자로 인해 그 효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하더라도 그런 사정만으로는 징계처분이 원고들에 대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들이 교단 등과 대립하며 진로의 불투명 등과 같은 상황을 겪는 것은 원고들의 신념에 따른 적극적인 행동과 이에 반대하는 교인들 간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징계처분으로 인해 생긴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을 달랐다. 항소심은 “(학교 측이) 학사행정에 관한 권한을 남용해 위법하게 원고들의 학습권과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함으로써 원고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비롯한 무형의 손해를 가했다”고 지적했다. 또 “목사고시 불합격 등 학교 외부에서 벌어진 일의 경우 피고(학교법인)로부터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원고들이 대외적으로 받은 불이익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책자 배포 행위에 대해 “원고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켰고, 원고들의 인격권 등을 침해해 무형의 손해를 가했다”며 “공익에 관한 것으로써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세영 기자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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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옷’ 입었다고 학생 징계한 장신대, 학생들에게 손해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