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의 사회정치학│파블로 세르비뉴 · 라파엘 스테방스 지음│강현주 옮김│에코리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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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고갈 문제는 1800년경 개발 단계부터 제기됐다.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논의는 1970년대 시작됐다. 그러나 “마치 인류가 짧지만 신나는 삶을 살기로 선택한 것처럼 모든 게 흘러가고 있다”고 한 어느 경제학자의 말처럼, 우리는 엔진을 계속 돌렸다. 속도를 더 높였다. ‘지속 불가능한 사회’를 선택해 왔다. 책은 정치, 사회, 경제, 환경 등 인류가 이룩하고 이용해 온 모든 시스템이 붕괴 범위에 들어섰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인류가 “얇은 얼음으로 뒤덮인 거대한 호수 표면 한복판으로 걸어가고 있다”면서, 경고보다 과격한 말을 전한다. 종말이 임박한 걸 인정하라. 이대로는 산업 문명의 모습을 몇 년 더 유지할 수는 있겠으나, 우린 결국 더 높은 곳에서 떨어질 것이다.

인구수, 세계 국내총생산(GDP), 비료 소비, 종이 생산, 물 사용, 열대 숲 손실, 이산화탄소 농도, 외국인 투자 등 책이 말하는 ‘붕괴’는 지구의 모든 ‘위기’를 망라한다. 이것들은 우리의 문명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상태를 벗어났고, 벗어난 지 오래다. 특히, 책은 가장 큰 위협 요소로 “산업 문명의 심장”인 에너지와 금융 시스템의 밀접한 관계를 예로 든다. 20세기 발생한 11번의 경기 침체 중 10번이 유가의 급격한 상승과 관련이 있으며,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은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등을 통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여기서,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붕괴’를 맞을 수밖에 없는 처지이며, 동시다발적 ‘붕괴’에 속수무책임을 깨닫는다. 예컨대, 기후와 생태계 시스템을 교란시킨 화석연료의 사용을 중단하는 순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경제(빠른 운송, 산업화한 농업, 폐수 처리, 인터넷 등)는 끝장이 난다. 붕괴를 막기 위해 엔진을 끄는 순간 또 다른 붕괴가 오는 것. 책은 우리가 “산업 문명의 엔진이 꺼지기 전 마지막으로 내뱉는 기침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라 조소한다.

책은 붕괴의 때를 빠르게는 2050년 정도로 본다. 하지만 저자들이 ‘재앙주의자’는 아니다. 이들이 예견하는 건 산업문명의 종말이지, 인류의 소멸은 아니기 때문. 그렇다면, ‘전 세계적 차원의 대규모 붕괴’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붕괴는 지역과 문화에 따라 그 속도와 형태, 추이도 다른 ‘복잡한 모자이크’일 것이다. 해결책 대신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추구해야 할 길”만 남으며, 책은 그것이 ‘상호 협조’라고 강조한다. “개인주의는 에너지가 풍부한 사회만이 누릴 수 있는 사치”라고, “에너지가 부족한 시대에는 개인주의자가 가장 먼저 죽는다”면서.

2015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책의 한국어판에는 ‘6년 후 후기’가 새롭게 포함됐다. 코로나19를 목격한 후 달라진, 그리고 여전한 ‘붕괴론’을 펼친다. 나쁜 동향은 계속되나, 좋은 소식도 있다. 앞선 주장과 비교해가며 읽으면 그렇게 비관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312쪽, 1만85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