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증거 다 지웠다 생각하는지...흔적은 지워지는 게 아냐”

이미지 크게보기 유동규(오른쪽 두 번째)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김호웅 기자

유 전 본부장, 텔레그램 이너서클 ‘정무방’ 등
"휴대전화 클라우드 다 열어 검찰에 제출" 주장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에 연루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함께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텔레그램 ‘정무방’에 대해 "이너서클 여러 명이 있었다"고 27일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자택 인근에서 취재진과 만나 "언론에 나온 것 말고도 산하기관장 모임도 있었고, 정무방이 따로 있었고, 법조팀도 따로 있었다"며 텔레그램 대화방이 3∼4개 있었다고 언급했다. 또 각 대화방별 참여 인원수를 묻는 말엔 "많지 않다. 이너서클이다"며 "전체 합쳐서 10명 정도"라고 답했다.

특히 유 전 본부장은 "휴대전화 클라우드를 다 열어서 비밀번호까지 (검찰에) 제출했다"며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 재판을 통해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증거를 다 지웠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는데 흔적은 다 지워지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2013∼2015년)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황무성은 본인도 형사사건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게 많다"며 "사기 사건으로 피소됐는데 회사에 숨기고 있었다. 언젠가 드러날 일인데 그분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황 전 사장 사퇴 종용만큼은 윗선에서 (지시한 게) 아닌 것 같다는 말이냐’는 물음에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또 ‘가짜 변호사’가 자신을 회유하려 했다는 일각의 지적에는 "경기도 고문 변호사가 와서 ‘위에서 왔다’고 했다"며 "높은 분이 내려보냈고 ‘걱정 많이 한다’고 얘기해서 나를 케어(보호)해주려고 왔나 생각했는데 다 자기방어를 위해서였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감시하려 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또 이 같은 회유 시도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사업의 초과 이익 환수 조항 삭제를 알았느냐’는 물음에 "본인 입으로 ‘환수시켰다’고 치적을 자랑하지 않았느냐"며 "본인이 국정감사에서 했던 얘기는 다 거짓말이냐"고 반문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한 게 아니고 추가하자고 하는 일선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가 이틀 뒤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는 해당 논의가 실무자 간에 이뤄져 자신은 당시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설명한 바 있다.

박준희 기자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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