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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이 싸우는 것을 보면서 내 탓이라 여기면서 살았어요. 중학교 때 ‘왕따’를 당했는데 부모님이 오히려 내 탓을 하면서 자존감은 더 낮아졌어요. 직장을 갖고, 남편을 만나고 아이를 낳으면서 어렸을 적만큼 불행한 것은 아니었지만 사람들 눈치를 보게 되고, “내 진짜 모습을 안다면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지요.

제가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서 불안정 애착인 데다가 MBTI에서도 INFP에 해당하니까 쉽게 우울해지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 엄청 노력했어요. 종교 활동도 하고, 심리학책도 많이 읽고, 마음 챙김(mindfulness) 프로그램에도 참여했어요. 저 자신에게 괜찮은 사람이라고 계속 이야기하고,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고 기억하고 싶은데도 그게 안 될 때가 많아요. 사람은 역시 어린 시절을 극복하기는 어려운 것일까요?

A : 자신이 잘하는 것을 한 가지라도 찾아서 스스로 칭찬을

▶▶ 솔루션

어떤 유형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 자신을 성찰하거나, 자기계발과 힐링하는 데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집단의 목표에만 충실하던 시대와 달리 개인의 가치를 찾는 것은 좋습니다. 개인을 중시한다고 하면서, 모든 사람을 어떤 특정 유형으로 분류합니다. 사람은 개별적이고 싶지만, 집단에 소속되고 싶은 양가감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MBTI가 유행하는데,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의 연구논문을 봐도 혈액형이나 별자리 등에 비해서 타당한 결과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개인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은 아닙니다. 불안정 애착이라고 단정 지은 성인애착유형과 MBTI 모두 어디까지나 본인이 생각하는 바, 즉 ‘자기 보고(self-report)’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해당 유형이 통계적으로 어떤 특징을 가진다고 해서, 내가 반드시 꼭 그런 것은 아니기도 합니다. 궁합 운운하며 특정 MBTI의 타인을 굳이 피할 필요는 없습니다. MBTI는 자기 발전을 위한 참고자료 정도로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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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게 하면서 막상 해결책으로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은 너무 단순한 경우가 많습니다. 무조건 괜찮은 사람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이런 좋은 말을 반복한다고 내가 행복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려면 그런 노력을 해야 합니다. 내가 왜 괜찮은 사람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오래된 과거로부터 그런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순하게 다른 사람에게 “이 친구 되게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소개할 때 하는 말처럼,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그냥 모두가 소중한 사람이다 그런 이야기를 여러 번 반복하는 것보다는 “어린 시절에 불행했지만 달라지기 위해서 여러 가지 노력을 해서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한 가지라도 자신이 잘하는 점을 찾아서 스스로를 칭찬해주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