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산별위원장 만찬 두고 비방전
경사노위 "사회적 대화 통한 역할 중요"

이미지 크게보기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경총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을 촉구하는 사전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노총이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향해 3일에 한 번 꼴로 비판 논평을 내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경사노위는 로우키(low-key·이목을 끌지 않도록 절제하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경사노위 내에서는 민주노총 논평에 대응하자는 여론도 있지만,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대화 상대를 대상으로 대응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22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이후 3일에 한번 꼴로 비판 논평을 내고 있다. 쟁점은 김 위원장이 국정감사장에서 "민주노총의 산별 위원장과 만나 저녁 만찬을 했다"는 발언이 발단이었다.

민주노총은 김 위원장 발언 직후인 당일 오후 ‘그 뱀 같은 교활함이 자기 발목을 잡는다’란 제목의 논평을 통해 "어제 김문수 씨와 만나 저녁 만찬을 한 민주노총 산별 위원장은 없다"며 "국회는 국정감사장에서 거짓 증언을 한 김문수 씨를 위증 혐의로 처벌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 내에선 ‘뱀 같은 교활함’이란 표현이 지나치게 적대적이란 평도 나왔다.

민주노총은 다음날 김 위원장이 노란봉투법에 대해 반대한 것을 두고도 "노조법 2, 3조 개정에 대해 맥락 없이 ‘공산주의’를 언급하고 ‘소유권’을 언급하며 그가 얘기하는 거리의 약자인 비정규하청노동자들의 기본권 보장을 다시 색깔론으로 덧씌웠다"며 "재계도 그간 노조법 2, 3조 개정의 반대 근거로 ‘재산권 침해’를 주장했는데 한술 더 떠 나온 오늘 김문수 씨의 발언은 아주 고약한 의도가 있다"고 밝혔다.

이후 한 언론을 통해 김 위원장이 지난 11일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구수영 위원장을 만난 사실이 보도됐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19일 논평을 통해 "구수영 위원장은 산별 위원장이 아니며 산별 위원장이라 칭해서도 안 된다는 사실을 (김 위원장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민주노총은 이를 두고 ‘교활함’이라 규정했다"고 비방했다. 이에 대해 경사노위 관계자는 "전국민주택시노조는 산별 노동조합이 맞다"며 "김 위원장의 발언은 민주노총 관계자들과 대화를 강조하면서 나온 것으로, 민주노총이 ‘산별 노조위원장’만을 강조해 김 위원장을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사노위 내에서는 해당 사안을 두고 공식 대응 분위기도 있었지만, 사회적 대화 기구로서의 역할을 고려해 대응을 자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철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