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탈북 어민이 지난 2019년 11월 7일 판문점을 통해 북송되는 과정에서 북한군이 팔을 붙잡자 끌려가지 않으려고 엉덩이를 뒤로 빼고 발버둥치고 있다. 통일부 제공

■ 검찰, 노영민 전 비서실장 소환

북송 결정 회의서 역할 수사
서훈·정의용 순차적 소환할 듯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건’ 관련, 검찰이 19일 노영민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소환 조사하면서 윗선 수사도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귀순 어민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북으로 보낸 것을 불법으로 판단, 당시 노 전 실장 주재 대책회의에서 북송을 결정했는지, 또 왜 이 같은 판단을 내렸는지 등을 주요하게 따져 물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검찰에 소환된 것은 처음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으로까지 수사의 칼날이 향할지 주목된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 이준범)는 그간 수사를 통해 강제 북송 단계에서 정부 내 의사 결정 과정을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날 노 전 실장에 대한 소환 조사도 그간 사건 관련자와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의사 결정 내용과 배경 등을 캐묻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검찰은 노 전 실장이 주재한 2019년 11월 4일 회의에 주목하고 있다. 국가정보원 역시 자체 조사를 통해 귀순 어민 나포 이틀 뒤, 노 전 실장 주재로 열린 청와대 대책회의에서 북송 방침이 결정된 정황을 파악, 고발장에도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내에선 안보 전문가가 아닌 노 전 실장 주도 회의에서 북송 결정을 제기한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과 국방부는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했다는 귀순 어민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합동 정밀수색도 준비했지만, 노 전 실장 주재 회의 직후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노 전 실장 소환 조사에 앞서 의사 결정 과정을 복원하기 위해 김준환 전 국정원 3차장과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을 불러 조사했다. 김 전 차장은 강제 북송 사건 관련, 서훈 전 국정원장과 함께 국정원 피고발인 대상에 포함되기도 했다. 다만 당시 국정원은 검찰에 서 전 원장을 고발하면서 청와대 의사 결정 과정을 파악하는 데 제약이 있어, 검찰 수사 몫으로 남겨뒀다.

노 전 실장의 소환 조사로 검찰 수사가 사실상 윗선 수사만 남았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이날 노 전 실장을 상대로 당시 중앙합동정보조사 결과도 나오기 전 북송 결정이 이뤄진 배경 등을 따져 물을 것으로 보인다. 또 국정원이 통일부에 전달한 조사 보고서에 ‘대공 혐의점은 없음’이란 내용이 추가되고, ‘강제수사를 건의한다’ ‘귀순’ 등의 표현이 삭제된 배경에 관여했는지에 대해서도 따질 전망이다.

노 전 실장에 대한 소환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검찰은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정원장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윤정선·염유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