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승엽 신임 두산 감독이 18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연히 만난 李에 반해 감독제안
보름만에 일사천리 선임 마무리
올해 FA서 외부영입 지원 약속
李 “포수 보강 요청했다” 밝혀

프로야구 두산의 구단주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11대 사령탑으로 취임한 이승엽 감독의 영입을 직접 지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감독은 지난 14일 두산 11대 사령탑에 선임됐고, 18일 취임식을 가졌다. 두산그룹 소식에 밝은 한 야구 관계자는 “지난 10월 초 이 감독이 박 회장과 우연히 식사했다”면서 “이 자리에서 이 감독을 처음 만난 박 회장이 슈퍼스타 출신임에도 겸손하고 소탈한 그의 모습에 푹 빠졌다. 무엇보다 두산과 박 회장, 이 감독의 야구관이 일치했고, 그 자리에서 곧바로 감독 제안을 넣었다”고 귀띔했다.

박 회장의 야구단 사랑은 각별하다. 2009년부터 두산 구단주를 맡은 박 회장은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 홈구장인 잠실구장을 자주 찾는다. 해마다 잠실구장을 방문하는 횟수가 스무 번이 넘는다. 특히 2016년 두산그룹 회장에 오른 이후에도 야구단을 직접 챙기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도왔다. 식사 자리 이후 이 감독의 영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박 회장은 곧바로 두산 프런트에 “이 감독을 영입하라”고 전달했고, 불과 보름 만에 감독 인선 작업이 마무리됐다.

박 회장이 든든한 지원을 약속한 만큼 다가올 자유계약(FA) 시장에서 외부 보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이 감독은 취임식에서 포수 포지션의 보강을 요청했다. 이 감독은 “아직 FA에 대해 구체적으로 전한 건 없지만 취약한 포지션이 포수라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올겨울 FA 시장엔 두산을 떠나 NC로 이적한 포수 양의지가 시장에 나온다. 양의지는 2007년 데뷔해 두산에서 전성기를 보냈고, NC에선 2020년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다. 2018시즌 후 이적 당시 NC로부터 4년 총액 125억 원이라는 포수 최고액을 받았다.

두 번째 FA를 앞둔 양의지는 B등급으로 보호선수 25인 외 보상선수 1명과 올해 연봉(10억 원), 혹은 보상선수 없이 20억 원을 건네면 된다. 두산 프런트는 이 감독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할 계획이다. 다만 변수는 양의지가 FA 시장에서 인기가 높다는 점이다. 원소속팀 NC는 양의지를 “절대 빼앗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NC 외에 롯데와 KIA 등도 양의지 영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은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올해 9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로 시즌을 마쳤다. 그간 FA 시장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과 달리, 올해는 박 회장의 지원을 앞세워 외부 영입 가능성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