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6일 서울에서 열린 스포츠클라이밍 경기에서 이란의 엘나즈 레카비가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경기에 나서고 있다. 트위터 영상 캡처

英언론 등 “이란 클라이밍 선수 실종” 의혹 보도
주한 이란대사관은 “가짜 뉴스·허위정보” 반박

최근 서울에서 열린 2022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경기를 치른 이란의 여성 클라이밍 선수가 대회 후 연락이 두절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란 측은 해당 선수가 다른 멤버들과 함께 이란으로 이동하는 중이라며 “가짜 뉴스”라고 반박했다.

18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BBC 페르시아의 보도를 인용해 이란의 엘나즈 레카비(33)가 지난 16일부터 연락이 끊겼으며 여권과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상태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아시아 정상급 스포츠 클라이밍 선수들이 출전하는 ‘2022 IFSC 서울 스포츠클라이밍 아시아선수권대회’가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잠원 한강공원 스포츠클라이밍 특설경기장에서 열린 바 있다. 레카비는 이 대회에서 종합 4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BBC 측 보도에 따르면 레카비는 이번 대회의 한 경기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출전했다. 앞서 이란에서는 지난달 13일 히잡 불량착용을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던 여성 마흐사 아미니(22)가 의문사한 사건을 계기로 그간 이란 정부에 누적된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반체제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BBC 월드서비스 이란 담당 라나 라힘푸르는 자신의 트위터에 “(레카비가) 계획보다 이틀 빨리 테헤란행 항공기에 탑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의 안전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란의 반정부 성향 온라인 매체인 ‘이란 와이어’도 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레카비가 서울에 있는 이란 대사관을 거쳐서 테헤란으로 보내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주한 이란 대사관은 트위터에 “레카비 씨는 18일 이른 오전 팀의 다른 멤버들과 함께 서울에서 이란으로 출발했다”며 “대사관은 레카비와 관련된 모든 가짜뉴스와 허위정보를 강하게 부정한다”고 밝혔다. 이란 대사관은 이 글과 함께 레카비가 머리에 히잡을 쓰고 있는 사진을 게시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주한 이란 대사관이 트위터 계정에서 스포츠클라이밍 선수 엘나즈 레카비의 실종 소식을 부인하며 게재한 사진. 트위터 캡처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0~16일 서울에서 열린 스포츠클라이밍 대회에 참가했던 이란의 엘나즈 레카비의 경기 기록.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홈페이지 캡처

또 주한 이란대사관은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보도를 전면 부인하기도 했다. 대사관 측은 “서울에서 열린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엘나즈 레카비는 18일 이른 아침에 다른 팀 멤버들과 함께 서울에서 이란으로 출발했다”고 밝혔다. 이어 “주한 이란대사관은 레카비와 관련된 모든 잘못된 가짜뉴스와 허위 정보를 강력하게 부인한다”고 강조했다.

레카비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도 18일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히잡 문제가 불거진 것은 나의 부주의였다”면서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됐다. 이 게시물에는 “나는 현재 팀원들과 함께 예정된 일정에 따라 귀국길에 올랐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