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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영 국제부장

北 도발에 단호 대응 나섰지만
현무-2 낙탄으로 킬체인 구멍
사후 수습 과정은 안보 재난급

외국 순방 때의 사소한 실수들
꼬리가 몸통 흔드는 결과 자초
G20 및 APEC 때 제대로 해야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5월 12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도발 이후 지난 4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6일 SRBM 발사까지 10차례에 달하는 북한 도발이 이뤄지는 기간에 만났던 정부 외교안보 고위 관계자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한·미·일의 “단호한 대응” 의지를 기회 때마다 표명해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겠다는 것. 예방에 실패하면 전임 문재인 정부와 달리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며, 한·미가 구축한 메커니즘에 따라 실질적 확장억제력을 과시할 것이라고 했다. 한 인사는 “북한이 도발하면 오히려 우리에겐 유엔에서 대북제재를 추가할 명분이 생긴다”고도 했다.

허언이 아니었다. 북한이 IRBM을 발사한 4일 밤 한·미는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을 실시해 동해상으로 에이태큼스(ATACMS) 4발과 ‘현무-2’ 탄도미사일을 쐈다. 미·일 공동훈련도 같은 날 실시됐다. 9월 말 한·미 연합훈련을 마친 뒤 한반도 해역을 떠났던 미국 핵 항모 로널드레이건호는 긴급 회항해 6일 한·미·일 3국 연합훈련을 했다. 한·미 외교 채널 가동에 이어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도 소집됐다. 대통령실은 북한이 SRBM 2발을 발사한 6일에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해 “더욱 강력한 대응”을 경고했다.

하지만 외교안보 당국이 준비했던 대응 매뉴얼은 현무-2 미사일의 비정상 비행 뒤 낙탄과 함께 단숨에 무너졌다. 대북 선제타격 체제인 ‘킬 체인’의 허점이 드러나게 된 것이어서 안보상 심각한 문제다. 이후 수습 과정은 재난급이다. 미사일이 떨어진 강릉 제18전투비행단 기지 인근 주민들은 밤새 두려움에 떨다가 8시간 뒤 국방부 발표를 통해 경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윤 대통령에게도 5일 새벽에야 보고됐다. 반면, 일본은 북한의 IRBM 발사 당시 아오모리(靑森)현 일대에 비상대피령을 발동했고, 같은 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회담도 했다. 6일까지도 한·미 정상 통화 일정을 잡지 못한 윤 정부와는 대조되는 행보다.

윤 정부 출범 후 외교 관련 논란은 벌써 3번째다. ‘단호한 대응’이 성공하려면 디테일이 살아야 하는데, 디테일이 구멍투성이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초 방한한 미 권력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윤 대통령 예방 불발, 지난 9월 중순 유엔총회 계기 한·미 정상 ‘48초 환담’과 한·일 정상 ‘간담’ 논란도 같은 맥락이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 참석 당시 의전 실패와 윤 대통령 본인의 ‘핫 마이크(hot mic)’ 발언 역시 디테일을 놓치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게 된 대표적인 사례다.

윤 정부의 메시징 전략도 사태 악화에 책임이 있다. 유엔총회 계기 한·미 및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사전에 공표한 것부터 펠로시 의장이 윤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흔쾌히 수용했다는 발표까지 모두 메시징 실패다. 상대가 있는 외교에서 급하게 논란을 진화하기 위해 사실과 다소 다른 메시지를 꺼내면 금세 탄로가 난다. 실제로 최근 만난 복수의 외교 소식통은 “펠로시 의장이 윤 대통령과의 면담이 불발된 데 대해 불쾌해했다는 것은 사실이며, 한·미 및 한·일 정상회담 개최는 원론적 차원의 합의였을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래도 아직 기회는 남아 있으며,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대통령실이 밝힌 대로 “북한이 7차 핵실험으로 향하는 단계별 시나리오”에 나설 가능성이 큰 만큼, 지금이라도 디테일을 잘 준비해야 한다. 오는 10일 노동당 창건 77주년을 맞이하는 북한이 당장 내일이라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16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하는 중국 공산당대회와 11월 8일 미국 중간선거 역시 주목해야 할 계기다.

이전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도 11월 예정돼 있다. 윤 대통령과 외교안보팀은 정책의 디테일을 가다듬기를 바란다. 혹여 20%대 후반까지 떨어진 지지율 만회를 위해 외교안보를 활용할 생각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북핵과 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경제 위기까지 ‘담대하지만 디테일한 외교’가 없으면 넘을 수 없는 산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