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인트라넷 관리 엉망

직위해제자 한달 이상 접속도
‘제 2의 신당역 사건’ 재발 우려

국립공원公 5년간 퇴직 886명
그중 38%가 일주일 이상 방치
서울교통公은 전주환 등 징계자
7명이 최근까지 수시로 접속해

이미지 크게보기 게티이미지뱅크. 위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일부 공공기관에서 직위해제자의 내부망(인트라넷) 접속 권한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어, 자칫 이들이 아무 제재 없이 타인의 정보나 동선을 범죄에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의 피의자 전주환이 직위 해제를 당한 뒤 과거 계정으로 서울교통공사 인트라넷에 접속, 피해자의 근무 정보를 파악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공공기관의 관리 부실이 제2의 신당역 사건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에서는 직위해제 후 일주일 이상 인트라넷 접속이 가능했던 사례가 전체의 40% 가까이 차지했다. 이중에는 성 비위로 해임돼 피해자로부터 고소를 당한 사람도 있었다.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이 환경부 및 기상청, 산하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퇴직자 및 직위해제자 인트라넷 권한 현황’에 따르면, 공공기관들이 이들의 인트라넷 접속 권한을 장기간 박탈하지 않은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국립공원공단의 경우 2017년부터 2022년 8월까지 퇴직한 886명 중 일주일 이상 인트라넷 접속이 가능했던 경우가 38%(339명)에 달했다.

지난 6월 30일 의원 면직된 A 씨의 인트라넷 접속 권한은 8월 10일에서야 박탈됐고, 7월 31일 면직된 B 씨도 8월 31일 관련 조치가 이뤄졌다. 지난해 5월 성 비위로 해임되면서 피해자에게 고소까지 당한 C 씨의 경우 인트라넷 접속 권한이 사라지기까지 3일이 걸렸다. 기상청의 경우 올해 사직한 64명 중 당일 인트라넷 관련 조치가 이뤄진 건 29명(45%)에 그쳤고 나머지 55%는 처리가 지연됐다. 1~3일 후 접속 권한이 박탈된 경우가 24명, 4~6일 후 8명, 7일 후 3명으로 조사됐다.

앞서 문제가 발생한 서울교통공사에서는 전주환을 포함한 직위해제자 7명이 최근까지 내부망에 수시로 접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한 명은 직무 해제된 지난해 12월 1일부터 신당역 사건 발생 닷새 뒤인 이달 19일까지 총 33차례에 걸쳐 내부망에 접속했다.

한편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직위해제자들은 방화, 횡령, 무단 촬영 등의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아 내부 고발 신고자에 대한 보복 가해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에 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김 의원실에서 ‘직위해제자 내부망 접속 차단 여부’를 질의한 이튿날이 되어서야 이들의 내부망 접속 권한을 차단했다.

인지현·김대영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