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에 국내외 대규모 귀빈 참석
경비, 행사장 비용 등 전액 국비로

경기 침체에 엇갈리는 아베 평가 등
일본인 사이서 찬반 교차하는 원인

이미지 크게보기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국장을 하루 앞둔 26일 일본 경찰이 국장 행사장인 도쿄의 니혼부도칸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 경호에 실패했던 현지 경찰은 이번 국장을 위해 경비 인력 총 2만 명을 동원해 최고 수준의 경계를 펼칠 계획이다. 연합뉴스

27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국장(國葬)이 도쿄(東京)에서 거행될 예정이지만, 일본 내에서는 행사 임박에도 불구하고 찬반 여론이 엇갈린다. 아베 전 총리의 생전 정치적 업적에 대한 논란에 더해 이번 국장에 소요되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국격에 맞는 수준의 행사를 치른다는 방침에 따라 관련 예산을 책정했지만, 실제 행사 후 비용 정산 결과가 나올 경우 반대 여론의 여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번 국장에 참석하는 일본 국내외 귀빈 수는 약 4300명에 달한다. 세계 218개국·지역에서 온 귀빈 700명과 국내 귀빈 3600명을 합친 숫자다. 117개국·지역에서는 본국에서 꾸려진 대표단이 참석하고, 101개국·지역에서는 일본 내 체류하고 있는 대사관 측 인사가 국장에 참석한다. 대표적인 주요 인사로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러시아의 슈비토코이 대통령 국제문화협력담당 특별대표 등이 있다. 당초 주요 7개국(G7) 국가 중에는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유일하게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자국 내 허리케인 피해 대응을 이유로 막판에 참석을 취소했다.

국내외 많은 귀빈이 참석하는 만큼 일본 정부도 철저한 경비 대책을 세우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대규모 인력과 경비가 소요될 예정이다. 일본 경시청 관계자는 지지(時事)통신에 이번 경비 인력이 2만 명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경시청은 국장 기간 동안 경비대책실을 설치해 이들을 통솔한다. 이번 경비 인력에는 전국 경찰관서에서 파견받은 2500명 규모의 ‘특별파견부대’를 포함하고 있다. 이 같은 대규모 경비 인력을 국장 기간 동안 운영하는 비용만 8억 엔(약 79억여 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이 같은 경비 비용을 포함해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을 치르기 위한 예산은 총 16억6000만 엔(약 164억 원)이 책정됐다. 경비 비용 8억 엔 외에 국장 행사장 운영비 2억4940만 엔(약 24억7000만 원), 해외 귀빈 체류비용 6억 엔(59억4000만 원) 등이 추가로 소요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해당 비용을 2022회계연도 예산의 일반 예비비로 충당할 계획이다.

실제로 계획된 비용만큼의 지출로 이번 국장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종 소요 비용은 국장 종료 후 재정산될 예정이다. 아베 전 총리의 서거를 기리기 위해 많은 인력과 예산이 소요된다는 점은, 이번 국장의 발단이 된 아베 전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계 인사들과 특정 종교 간의 밀월 관계 이슈와 더불어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 국장 반대 여론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장기간의 경기 침체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일본의 경제 상황에 더해 지속적인 엔화 약세, 즉 엔저(低) 현상과 코로나19 경기 부양책 마무리에 따른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등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국장 혹은 국가적 행사에 비해 이번 아베 전 총리 국장에 소요될 예산을 비교적 적은 규모라는 반론도 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1989년 쇼와(昭和) 일왕의 장례식에는 경비 비용만 24억 엔이 들었다. 또 2016년 일본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때는 무려 157억 엔의 경비 비용이 소요됐으며, 2019년 일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지역(G20) 정상회의 때는 124억 엔의 경비 비용이 지출됐다. 근래의 대규모 행사였던 2019년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즉위식 때는 약 38억 엔의 경비 비용이 들었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