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와
통일교 간의 깊은 유착 드러나
기시다 정국주도권 상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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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내각이 흔들리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과 일본 집권 자민당 간 ‘정·교 유착’ 관계다. 일각에서는 황금의 3년을 맞이한 기시다 총리가 자칫하면 ‘통일교 스캔들’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정국 주도권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심지어 ‘통일교 피해자 모임’까지 나오면서 일본 내 통일교 스캔들이 사회문제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시작은 지난 7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피격 사건이었다. 아베 전 총리의 살해범인 야마가미 데쓰야(山上徹也)가 살해 동기로 “우리 집안을 파산시킨 통일교와 아베 전 총리가 가까웠기 때문”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통일교 스캔들’은 일본 사회에 불붙듯 퍼져나갔다. 특히 통일교와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와의 깊은 유착관계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岸信夫) 안보담당 총리보좌관은 “선거 때 통일교의 지원을 받은 적이 있다”고 시인했다. 아베 가문은 아베 전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 시절부터 통일교와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일본에 통일교를 들여온 게 바로 기시 전 총리”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통일교와 자민당이 관계를 맺은 건 1968년부터다. 당시 ‘반공주의’를 기치로 내세운 통일교는 일본에 정치단체인 ‘국제승공연합’을 설립했는데, 이때 ‘반공’을 정치적 이념으로 내세운 기시 전 총리가 통일교와 인연을 맺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기시 전 총리는 1970년부터 통일교 모임에 참석하기 시작했고 그 인연은 이후 사위인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전 외무상, 손자인 아베 전 총리로까지 3대째 이어졌다. 아베 전 총리와 통일교 간 유착은 ‘아베파’에까지 확산됐다. ‘아베의 복심’이라 불리던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정조회장이 통일교와의 유착 관계를 시인했고, 아베 전 총리의 비서관 출신 이노우에 요시유키(井上義行) 참의원 의원은 통일교의 ‘찬동 회원’으로 직접적인 지원을 받아 선거에서 당선된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 아사히(朝日)신문이 지난 4일 일본 국회의원과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의회 의원, 도도부현 지사 등 총 3333명을 대상으로 한 통일교 관련 여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 국회의원 150명이 통일교와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통일교와 접점이 있다고 응답한 국회의원 중 집권 여당인 자민당 소속이 120명이었다.

여기에 통일교 신자들의 자녀들인 ‘통일교 피해자 모임’ 회원들이 “어머니가 통일교 종교활동을 하며 수백만 엔(수천만 원) 상당의 대리석 미륵불상을 샀고, 나도 (반강제로) 합동결혼식에서 결혼했다가 이혼했다”고 증언하는 등 정신·물질적 피해를 호소하며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