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유린한 러시아 향한 ‘격정적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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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쇼팽의 ‘혁명’

폴란드 국민 봉기소식 듣고
가담못하자 음악으로 표현
조국독립 굳은 의지 드러내

폴란드 바르샤바 출신의 쇼팽(1810∼1849)은 피아노 그 자체로 대변된다. 그 자신이 위대한 피아니스트였을 뿐만 아니라 ‘피아노 작품’ 전문 작곡가였기 때문이다. 기악을 위한 협주곡이나 성악을 위한 가곡 작품들도 남겼지만 그의 작품 목록에서 피아노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야말로 절대적이다. 그의 작품들 성격은 격정적인 리스트의 작품들과는 대조적으로, 섬세하고 서정적인 것이 특징이다. 이런 점이 그를 ‘피아노의 시인’이라 부르는 이유다. 하지만 그의 작품 목록에도 불같이 타오르는 격정적인 곡이 있다. 바로 피아노 연습곡 ‘혁명’(Etude Op. 10, No. 12)이다.

1830년, 바르샤바 음악원을 졸업한 ‘천재 피아니스트’ 쇼팽은 2년간의 해외 연주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음악의 변방이었던 폴란드를 벗어나 마침내 음악의 메카인 오스트리아 빈으로 향한다. 그가 도착했을 때, 빈의 모든 무대는 쇼팽에게 활짝 열려 있었다. 왜냐하면 한 해 전인 1829년, 빈에서 두 번의 콘서트를 통해 쇼팽은 이미 빈의 관객들에게 열렬한 환호와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바 있었기 때문이다. 대작곡가이자 평론가인 슈만(1810∼1856)은 쇼팽을 두고 “모두 모자를 벗어라. 천재가 등장했다”라고 극찬하며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선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빈 땅을 다시 밟은 지 겨우 일주일 만에 쇼팽에게 있어 큰 사건이 일어난다. 조국 폴란드에서 일어난 봉기사건이었다. 당시 폴란드는 러시아, 프로이센, 오스트리아의 통치하에 있었는데, 러시아의 압제에 폭발한 폴란드가 그에 대항해 혁명을 일으켰다.

쇼팽은 천재 피아니스트이기 이전에 조국의 독립을 갈망하는 폴란드의 아들이었다. 쇼팽은 당장 폴란드로 달려가 혁명에 가담하고 싶었으나 가족을 비롯한 주위의 모든 사람이 그를 만류했다. 결국 그는 마음에 큰 짐을 진 채 예술가로서 조국에 헌신하고자 타국에 남기로 한다. 하지만 빈에서 그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당시 오스트리아는 러시아와 정치적으로 긴밀한 관계였기 때문이다. 사실상 오스트리아에 폴란드는 적국이나 다름없었다.

1831년 9월 쇼팽이 오스트리아를 떠나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도착했을 때, 그는 조국이 혁명에 실패했다는 비보를 듣게 된다. 러시아군에 의해 조국의 형제들은 잔인하게 도륙당했고 산천은 방화로 불타버리고 만다. “오 하느님, 당신은 존재하십니까! 만약 당신이 계신다면 당신은 러시아인입니까?” 쇼팽은 분노와 슬픔 그리고 독립을 향한 강한 결의로 작품에 착수했고, 이렇게 완성된 곡이 바로 피아노 연습곡 ‘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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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을 거쳐 파리로 이주한 쇼팽은 결국 다시는 조국 땅을 밟지 못한 채 39살의 나이로 파리에서 생을 마감한다. 비록 그의 육신은 타국 땅에 묻혔지만, 쇼팽의 유언대로 그의 심장은 육신에서 수습해 폴란드로 보내져 바르샤바의 성(聖)십자가 성당에 안치됐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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