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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ience - 대구경북과기원 최홍수 교수팀 등 공동개발

로봇, 세포를 원하는 곳 전달
생분해성 재료 활용 힘입어
6시간뒤엔 체내서 녹아버려

수시간씩 걸리던 로봇 제작
1분당 100개 이상 만들어내
기존 방법보다 1만배나 빨라


외부에서 접근하기 힘든 생체 내 미세 부위로 줄기세포, 약물을 전달하는 의료용 마이크로 로봇은 최근 급부상한 새로운 나노 기술이다. 종래 줄기세포를 전달하던 정맥 주사와 수술적 이식에서 감염, 줄기세포의 다른 부위로의 이동, 낮은 전달 효율 등의 문제점을 극복했다. 100만 분의 1m 크기의 세포 수준까지 정밀 제어가 가능한 마이크로 로봇은 초기에 금속으로 센서·모터·액추에이터(동력장치)를 만들었지만 이제 고분자 화합물이나 그래핀을 이용한 탄소나노튜브 등 다양한 소재로 제작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연구진이 스위스 공과대와 손을 잡고 담지체(로봇 운반 물질) 전달 후 분해돼 사라지는 마이크로 로봇 대량 제작법을 새로 개발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 및 기계전자공학과 최홍수 교수팀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김성원 교수팀,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 브래들리 넬슨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체내에서 분해 가능한 마이크로 로봇을 분당 100개 이상 대량 제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새 기술은 의료 로봇 분야의 게임체인저로 떠올랐다. 목표지점에 줄기세포를 전달한 후 체내 분해되고, 전달된 줄기세포가 정상 증식 및 분화까지 가능함을 검증해 재생 의학의 효율을 높이는 데 한몫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국제 과학 학술지 ‘스몰(Small)’에 6월 23일 자로 게재됐다.

표적 정밀 치료용 마이크로 로봇은 다양한 방법으로 제작 가능하지만, 그 가운데 2개의 레이저를 합성수지에서 교차시켜 중합 반응을 일으키는 방식인 ‘이광자 중합(Two-photon polymerization)’이라는 초미세 3D 프린팅 기술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 기술로 나노미터 단위의 정밀 구조체를 만들 수는 있으나 3D 프린팅으로 구현된 화소인 복셀(Voxel)을 하나하나 경화시켜야 하기 때문에 마이크로 로봇 1개를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또, 로봇 내부에 포함된 자성 나노입자가 이광자 중합 과정에서 빛이 지나가는 경로를 막을 수 있어 높은 농도의 자성 나노입자를 사용할 때 공정 결과가 균일하지 못하다는 문제점도 있다.

DGIST 최홍수 교수 연구팀은 기존 마이크로 로봇 제작 방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생분해성 재료로서 빛에 의해 경화가 가능한 물질인 젤라틴 메타크릴레이트(Gelatin methacrylate)와 자성 나노입자의 혼합물을 미세유체 칩 내부에 흘려보내 마이크로 로봇을 분당 100여 개 이상 고속 제작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기존 이광자 중합보다 1만 배 이상 빠른 속도이다. 연구진은 새 기술로 제작된 마이크로 로봇을 사람의 코에서 채취한 줄기세포와 함께 배양해 마이크로 로봇 표면에 줄기세포가 부착되도록 유도했다. 내부에는 자성 나노입자가 들어있고, 외부 표면에는 줄기세포가 부착된 줄기세포 담지 마이크로 로봇이 외부 자기장(자석·전자기장 등)에 반응해 원하는 위치로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줄기세포 담지 마이크로 로봇이 미로 형태의 마이크로 채널을 통과해 목표 지점에 도달할 수 있을지 실험해본 결과, 원하는 위치로 이동시킬 수 있었다. 또 줄기세포가 부착된 마이크로 로봇을 분해 효소와 함께 배양해 분해성을 평가해보니 배양 6시간 후 마이크로 로봇이 완전히 녹고 내부에 들어있던 자성 나노입자도 자기장 제어 시스템으로부터 발생한 자기장에 의해 수거됨을 확인했다. 줄기세포는 마이크로 로봇이 녹은 위치에서 증식됐고, 정상 분화하는지 보기 위해 신경 세포로 분화가 되도록 유도하자 약 21일 후 신경 세포로 분화함을 관찰했다. 마이크로 로봇으로 원하는 위치에 줄기세포를 전달하고, 전달된 줄기세포는 증식과 분화까지 성공해 향후 표적 정밀 치료제로 쓰일 수 있음을 검증했다.

연구팀은 더불어 마이크로 로봇이 전달한 줄기세포가 정상적으로 전기적, 생리적 특성을 나타내는지도 확인했다. 연구의 최종목표는 기존 신경 세포 간 연결이 끊긴 상태에서 로봇이 전달한 줄기세포가 가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지 여부인데, 확인을 위해 전기적 신호를 안정적으로 발산하는 쥐 태아로부터 추출된 해마 신경 세포를 활용했다. 해당 세포를 마이크로 로봇의 표면에 부착하고 마이크로 크기의 전극 칩 위에서 배양을 진행한 후 28일이 지나 해마 신경 세포로부터 전기 신호가 발생하는 현상을 관찰했다. 마이크로 로봇이 신경 세포 전달체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음을 최종적으로 검증한 것이다. 최 교수는 “그동안 마이크로 로봇 1개를 만드는 데 짧게는 수십 분에서 길게는 수 시간이 걸려 실제로 임상에 적용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제작 효율을 크게 높여 임상 적용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향후 체내에 있는 나노 마이크로 사이즈 로봇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연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