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 실거주 확인 빈틈 노려

허위 임대인과 임차인을 내세워 전세 사기를 벌인 일당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전세계약을 한 것처럼 꾸며 허위 계약서를 작성한 뒤, 은행으로부터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총 5억8400만 원의 대출금을 가로챘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8단독 김우정 판사는 사기 혐의를 받는 A(55) 씨와 B(54) 씨에게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했다. 공범 4명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김 판사는 “HUG 전세자금대출은 임차인의 실거주 여부 확인 등 형식적인 심사만 거치고 별다른 검증 없이 손쉽게 대출이 이뤄지는 폐해가 있다”며 “전세자금대출 제도와 주택담보대출 제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2018년 2월 23일 동거인 C 씨에게 허위 주택 매수인과 임대인, 지인 D 씨에게 임차인의 역할을 맡겼다. A 씨와 C 씨는 은평구의 한 빌라를 3억6000만 원에 매수하는 부동산매매계약서를 작성했다. 이들은 같은 날 C 씨를 임대인, D 씨를 임차인으로 해서 전세보증금 3억3000만 원의 빌라 전세계약서를 작성했다. D 씨로부터 임대차 계약금 1800만 원을 받았다는 가짜 영수증도 만들었다. 이후 D 씨는 은행 대출담당 직원에게 허위로 만든 서류를 제출했다. D 씨는 3월 8일 실거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방문한 은행 직원에게 거주하고 있는 것처럼 속였다. 이로써 A 씨 등은 전세대출 2억6400만 원을 받아내 이를 가로챘다.

같은 해 5월 A 씨는 공범 B 씨와 허위 임대인, 임차인 2명을 모집했다. 이들은 은평구의 한 주택에 대해 3억4000만 원의 분양계약서를 작성했다. 이후 은행에 전세보증금 4억 원의 전세계약서, 전세계약금 2000만 원을 받았다는 영수증을 꾸며내 제출했고, 3억2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김 판사는 “A 씨 등은 별다른 수입이나 재산이 없어 전세대출금을 상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며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보름 기자 fullmoon@munhwa.com